중2 아들 때밀기 대작전

휴일 아침, 아빠의 소소한 일상

by 옥상평상




"작은 애 목욕탕에 좀 데리고 갈 수 있어요? 방학 동안 하도 안 씻어서 목 때가 장난이 아니에요. 나는 큰 애 데리고 교복집 가서 수선 좀 부탁해야 돼서요. 큰 애가 방학 동안 꼼짝도 안 하고 집에만 있어선지 한 달 전 맞춘 교복 두 개가 하나도 안 맞네요."


휴일을 맞아 모처럼 이불과 한 몸이 돼서 좀 더 뒹굴거리고 싶었는데 아내에게서 날벼락같은 하명이 내려왔다. 못 들은 척하고 화징실을 갈까?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도망을 칠까? 하지만 어차피 두 옵션 모두 더 이상 누워있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나는 무겁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기로 결정했다.


목욕탕을 가는 것 대신에 욕조에 물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욕조에 물을 받고 적당한 온도가 되자 아들을 깨워 욕조에 들어가게 했다. 때가 물에 적당히 불었을 법한 십 오분 가량의 시간이 지날 즈음 곧바로 때밀기 작전에 돌입했다.


"이렇게 씻지 않으면 코로나에 다시 걸릴지 몰라."

"코로나 다시 걸리면 좋지. 집에서 게임만 할 수 있고."

"만약에 외계인이 생화학 무기로 지구를 침략한다면 바이러스에 취약한 너는 가장 먼저 죽게 될 거야."

"아빤 참 외계인이 어딨다고... "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설득이긴 했다. 아들의 씻기를 권장하기 위해 고작 생각해 낸 이유가 외계인의 침략이라니... 내가 때를 밀기 시작하자 아들의 때가 쑥쑥 밀리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녀석의 피부인 줄로만 알았던 그것들이 알고 보니 모두 때였다는 사실에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는 족족 때가 밀려 나오는 까닭에 나름 보람도 있었다. 아들이 몸을 담근 물은 삽시간에 구정물에 가까운 검정 색깔로 바뀌었다.


"야, 일어나. 아래도 닦자."

"아이 아래는 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닦을게요."

"알아서 닦긴 뭘 알아서 닦아. 알아서 닦는 사람이 몸에 때를 이렇게 덮고 있어? 암튼 어서 일어나."

"아이 내가 알아서 닦는 다니깐요!"


더 이상 강요하면 아이가 화를 낼 것 같아 일단 아들 때밀기 작전은 그쯤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실 중2 아들의 하체를 닦는 일은 아빠인 나로서도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아서 닦겠다던 아들 녀석은 내가 철수한 지 5분도 안되어서 욕조에서 빠져나오고 말았다.


"야! 너 다 닦은 거 맞아?"

"다 닦았다니깐요."

"너 아빠 확인해서 때 그대로 있으면 아빠가 다시 민다."

"아. 알았어요. 아이 짜증 나."


둘째가 짜증을 한가득 부리며 마지못해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다음 작전부터는 작전범위를 녀석의 하체까지 확실하게 넓혀야 할 듯하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녀석의 때를 밀어야 하는 걸까?



P.S. 이 글은 중딩 나름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특별히 당사자의 허락을 얻어 발행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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