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전을 때리는 커다란 소리에 잠이 깼다. 말로만 듣던 열대 스콜 소나기였다. 내 방 삼각지붕을 사정없이 때리는 빗줄기의 향연이 마치 폭포소리처럼 온 세상을 울리고 있었다.
이제 잠은 다잤구나 싶어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갔다. 하늘 가운데 점점이 뚫린 구멍 사이로 굵은 물줄기들이 사정없이 내리꽂고 있었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지상으로 꽂히는 물줄기들이 마치 뭔가에 분노한 신이 인간 세상을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창끝처럼 예리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자연을 좀 그만 더럽히라는 지구의 마지막 경고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영원히 내릴 것처럼 마구 쏟아지던 소나기도 이십 분가량이 지나자 순식간에 그치고 말았다. 그 언제 그랬냐는 모습이 마치 생떼를 쓰다가 엄마에게 혼나 울음을 그친 어린아이의 표정 같이 새침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