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에서부터 점찍어 두었던 검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많은 스쿠터들의 행렬 사이에 끼어 스쿠터를 타고 오는 동안, 긴장을 너무 한 탓인지 스로틀을 잡았던 오른손이 경직되고 무겁게 느껴졌다. 좁디좁은 이차선 도로 위로 스쿠터들이 두 줄 세 줄 무질서하게 줄지어 가는 장면은 우리나라에서는 미처 경험하기 힘든 아비규환 같은 상황이었다. 수시로 추월하고 수시로 끼어드는 거친 발리 라이더들의 경적 소리에 귀마저 먹먹했던 나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로 운전을 해야만 했다.
그에 비해 검도 강습은 대단히 수월했다. 나는 일대일 강습을 신청했는데 일본에서 수련을 한 관장님은 영어에도 검술에도 능숙했다. 내가 평소 배우고 싶었던 진검을 다루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술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주로 빠른 시간에 칼집에서 칼을 뽑아내는 발검술이었는데 그동안 골반을 사용하지 않고 팔로만 뽑아내던 내게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 수업 시간 동안 그는 매우 열정적으로 나를 가르쳤고 나는 매우 집중해서 그의 동작을 따라 하고 배워 나갔다. 한 시간 남짓한 수업을 마치고서야 건물 밖으로 보이는 추수 전 푸른빛의 벼가 가득한 논밭이 겨우 눈에 들어왔다.
발리까지 와서 검도를 하는 나도 신기했지만 그 검도장이 논밭 위에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음 수업을 예약한 후 나는 다시 스쿠터들의 전쟁터를 향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방금 손에 쥐었던 날카로운 진검보다 천지 사방으로 끼어드는 발리 아가씨들의 스쿠터가 더 사납고 무서운 초보 라이더는 조심스레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