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발리 식당

내가 코인카페를 애정하는 이유

by 옥상평상

https://maps.app.goo.gl/J5uiZ8gjAizRxM3z9



벌써 3주째 점심 저녁을 호텔 근처 한 식당에서 먹고 있다. 나는 이곳을 여러 가지 이유로 애정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일단, 음식이 맛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호텔 매니저의 소개로 그저 들른 것뿐이었지만 그때 먹었던 베이컨과 아보카도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짜지 않은 베이컨은 내 입맛에 딱 맞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아보카도 역시 지금껏 먹은 것들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그 후로도 버거나 파스타류, 나시 고랭, 미고랭 같은 인도네시아 전통음식 등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는데 어느 것 하나 수준이하의 것이 없었다. 메뉴의 가짓 수도 많은데 그 모든 음식을 척척 내놓는다니 마치 오래전 보았던 일본 드라마 '히어로'에 나왔던 주인공 키무라 타쿠야가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만들어 주던 만능 식당 '아루요'가 떠오를 정도였다.



두 번째 이유로는 저렴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심정적으로는 내 마음속 첫 번째 이유일지도 모른다. 현재 수입이 반의 반 토막이 난 내 주머니 사정에 가장 적합한 식당인 것이다. 비교적 인도네시아의 외식 물가가 저렴한 편이지만 이 코인 카페는 여기에 한 번 더 저렴과 가성비 콤비네이션 신공을 펼친다. 특히, 오전이 그러한데 오전 11시 반까지만 가서 주문하면 음료와 식사가 무조건 5,000원 이하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이다. 그런데 또 이게 맛이 있으니 매일 안 먹을 이유가 없다.



특히, 카페라테를 즐겨 먹는데 그 맛이 웬만한 우리나라 라테 맛집 저리 가라다. 또 내가 주로 시켜 먹는 메뉴인 빅베이글은 커다란 베이글 사이에 치즈와 베이컨, 아보카도가 들서가는 데 맛도 물론이거니와 한 끼 식사로도 정말 부족함이 없는 양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친절한 직원들이다. 주방 직원이야 특별히 내가 말을 나눌 기회가 없어 모르겠지만 홀 서빙을 담당하는 여자 직원은 내가 갈 때마다 항상 내게 미소를 건네준다. 서핑을 하면서 그 거친 파도에 수십 번 싸대기를 맞고 강렬한 발리의 태양에 벌겋게 그을린 내 만신창이 몰골에도 항상 친절한 웃음으로 맞이해 준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악을 듣기 위해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이 먼 인도네시아에서 '누가 날 부르겠어?' 하는 생각에 그대로 가던 길을 가려고 하는데 다시 한번 여성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카페 직원인 그녀였다. 급하게 달려온 그녀가 숨을 헐떡거리며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오늘 막 비치워크 쇼핑몰에서 산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충전한다고 테이블에 꺼내 놓았다가 그냥 두고 온 모양이었다.



'그냥 다음에 올 때 줘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 이곳이 여행자가 많은 발리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혹시 내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발리를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한 달음에 달려와 준 것이었다. 이어폰을 돌려준 사실보다 여행자들의 그러한 사정까지 헤아려준 그녀의 마음이 더 욱 고마웠다.



그녀 때문에라도 당분간 이 식당을 벗어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참!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식당을 좋아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이곳에 온 첫 날 만났던 고양이 친구 코인 때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