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은 12살

by 옥상평상

오랜만에 이곳에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 덕분에 짱구 해변에 있는 비치 클럽에 가게 되었다. 클럽이라고 해서 한국에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춤추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곳은 그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들으며 식사를 즐기는 그러한 곳이었다. 하지만, 주 고객들은 연인들이 대부분인지라, 남자 둘만 온 우리는 조금 뻘쭘한 분위기에서 맥주만 주야장천 먹어댔다.



화장실을 가는 길에 제법 큰 수영장이 보였다. 조명이 비친 파란 물빛이 아름답게 일렁이고 있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서로 누가 더 물속에서 숨을 더 오래 참는지 내기를 하고 있었다. 이슬람교도를 상징하는 히잡을 둘러 쓴 젊은 엄마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백인 소년이 그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의 눈빛은 한눈에 봐도 부러움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지만 차마 낄 수가 없어서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소년의 모습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 세상 사는 모습은 지구촌 어디나 다 비슷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수영장 끝에서 끝을 계속 왕복하면서 취기와 배에 가득한 포만감을 물에다 풀어냈다. 하지만 자꾸만 아까의 소년이 마음에 걸렸다. 소년은 지켜만 보는 게 심심했는지 혼자서 별모양의 부메랑을 하늘 위로 던지고 잡으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다시 마음에 걸렸다. 같이 놀아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혹시나 그들 부모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그만두고 말았다. 예전 아이들과 유럽 여행을 다니다가 겪었던 차별적인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시 수영장을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혼자 노는 아이의 표정이 아까보다 한층 어두워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부모는 어디에 있는지 아이는 계속 혼자였다.



'한번 놀아줄까?'



결국 다시 한번 놀아줄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귀찮은 마음이 듦과 동시에 용기가 사라졌다.



'아, 무슨 오지랖이야. 지 아빠나 엄마가 곧 찾아오겠지.'



'아냐, 아이랑 놀아주고 브런치에 올려 다른 작가님들께 칭찬받으면 좋은 거잖아. 너무 얄팍한가? 뭐 이게 그렇게 칭찬받을만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브런치를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아이에게 부메랑을 던지라며 수신호를 보냈다. 아이가 나의 수신호의 의미를 눈치채더니 환한 웃음을 지며 부메랑을 내게 힘껏 던졌다.



부메랑을 수십 번 던지고 받고 하면서 나는 그의 발리 아빠가 되어 있었다. 백인 아이에 동양인 아빠가 아이처럼 서로 부메랑을 던지며 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아빠와 아들로 생각할까?'



그제야 혼자 테이블을 지키고 있을 친구가 떠올랐다.



"나 지금 가야 할 것 같아.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



아이가 나의 말에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떠나야 했기에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물었다.



"케빈"



"응, 케빈 즐거운 시간이었다. 좋은 하루 보내."



나의 마지막 인사에 케빈이 우는 듯 웃는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브런치는 나를 선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