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나니 잠이 왔어요

by 힐링튜터

그날도 어김없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10시까지 강의장으로 갔다.

한참 양산에서 창원으로 다니던 때였다.

일정이 끝나고 대충 점심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느덧 오후 3시였다.

3호랑 4호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면 오후 4시쯤.


1호와 2호는 학원 마치고 먼저 와 있었다.

곧장 3호와 4호 목욕을 시키고

부리나케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그 사이 1호와 2호 수학 문제집을 풀라고 던져 주고

하던 일을 이어 간다.


나중에 문제 푼 거 보자고 하면 2호는 꾸역꾸역 하지만

1호는 풀지 않고 그대로 있다. 풀었다고 해도,

틀린 거 설명해 주면 제대로 듣지 않는다.


그 사이 4호가 울면서 쫓아온다.

1호는 잠시 놓아둔 채 4호를 달랜다.

3호가 장난감 정리를 하지 않는다.

수학 문제를 다 푼 2호에게 씻으라고 재촉한다.

다시 1호에게 시선을 돌리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세 번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자

참고 있던 화가 1호에게 터지고 만다.


7시가 되면 남편이 퇴근하고 온다.

공부하지 말라며 방바닥에 내쳐진 채 나뒹굴고 있는 1호의 문제집들.

2,3,4호의 장난감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아이들의 소란은 방금까지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스란히 말해준다.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올 때만큼은 정돈된 집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 이상한 강박에 아이들을 다그치며 억지로 정리를 한다.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고 정리하면 8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면 9시쯤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잠자리에 누우면

하루가 길었는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게 없다는 허무함이 밀려온다.


이런 날들이 매일 반복되었다.

그게 지치고 힘든지도 모른 채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감정코칭 강의를 듣던 중

강사님이 던진 질문에 이상할 만큼 부정적인 답만 했다.


그분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했다.

"심리상담을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그렇게 내 상태가 심각한가?

난 전혀 그렇지 않은데..."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즈음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밤 11시, 모두가 잠든 시간.

일기라기보다는 '감정을 토해내는 글'을 썼다.

주제를 정하지도 않고, 문장을 다듬지도 않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그러자 글을 쓰는 동안, 나의 두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이런 글쓰기는 정말 신비로울 만큼 새로웠다.


일기와 유일하게 달랐던 건

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 명의 독자가 내 글을 읽고 진심을 담아 피드백을 해주었다.

내 감정에, 상황에, 서툰 문장까지도 공감해 주었다.


그날 밤, 눈물과 함께 글을 마치고,

겨우 이불을 덮고 누웠다.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다.

'글이라도 썼다'는 뿌듯함

'내가 느낀 걸 표현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

그리고 무엇보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몸도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글을 썼고, 울었고

그 덕분에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이 차오름을 느꼈다.


그렇게 울고 나니 잠이 왔고

나의 에너지는 다시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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