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선명해지는 나의 감정

by 힐링튜터

낮이고 밤이고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칼날의 끝처럼

나를 찌를 듯 날카롭게 들렸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방 한 구석에 모로 누운 모습은

꼭 관속에 아이와 맞닿아 누워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답답하고 좁게 느껴졌다

밤낮없이 울고 보채는 갓난아기를 키운 경험은 4회째 반복하지만

수월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힘겹다.


아니다. 오히려

갓난 애를 키울 때가 제일 행복하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기만 해도 방긋방긋 웃는 아이니깐.


큰아이는 나에게 바라는 건 많은데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아 속상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스로 씻고 준비해서 학교에 가고,

학교에 다녀오면 실컷 뛰어놀다 하루 한 장이라도 문제집을 풀며 복습하고

시간이 남으면 책도 읽고, 그러다 장난감 가지고 놀고,

아빠 오면 밥 먹고, 동생도 잘 돌봐주고, 엄마도 잘 도와주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입씨름하지 않아도

자기 할 일 척척 알아서 하는 그런 모습을

매일매일 기대했다.


오히려 2호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일은 알아서 잘하니,

더욱 1호를 다그쳤다.

항상 2호와 비교하면 언니가 돼서 왜 저러나 걱정되고 한심스러웠다.


그런 일상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꼭 어린 시절 나와 오버랩된다.

그러고 나면 어린 시절의 억울함과 속상함이 올라오고

그때의 아빠와 지금의 내가 다르지 않아 아이에게 죄책감이 올라왔다.


아이와의 힘든 일상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다시 떠올리게 되는 과거의 기억.

내게 과거의 기억과 오늘의 일상은 떼려야 뗄 수 없었다.

바늘과 실처럼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었다.


아빠를 혐오했고, 증오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아빠와 똑같이 말하고 행동했다.

나아가 내 아이가 그럴 것 같아 두려웠다.


대물림이란 단어를 떠올리니

다른 것도 아니고 부정적 정서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나를 아이를 가난하게 하는 부정적 정서는 나의 대에서 끊어 내고 싶었다.


매번 반복되는 글 속에서 형체 없던 감정들이

구름 걷히듯 점점 선명해졌다.


그렇게 감정이 선명해질수록

나의 글에서 과거의 이야기는 점점 사라져 갔다.


분명 다른 주제이지만 글을 쓰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되는 과거의 일들

하지만 그 사건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바뀌어 갔다.

그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혐오와 증오로 가득했던 무책임한 아빠보다

가장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실수투성이 한 인간을 만나게 된다.


쓸수록 선명해지는 나의 감정,

쓸수록 다채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상황

쓸수록 성숙해지고 성장해 간다.


이전 13화회복은 거창하지 않다 하루 한 줄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