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고 싶은 게 아니라 삶을 바꾸고 싶은 거였다.
<오늘의 기본> - 소원
p.129) 생활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타협하거나 감내해야 하는 부분들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그것을 자신만의 습관과 규칙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것 말입니다.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순간 놀라 멈칫 뒤로 물러섰다. 체중계 숫자가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다시 올라가 보지만 숫자는 변함이 없다. 띠로리. 살을 빼고 싶지만 나는 언제나 타협하거나 감내해야 하는 부분들로부터 도망가고 있다. 회피전략이다. 마음은 빼고 싶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눈앞의 음식에 대한 욕구를 뿌리칠 수가 없다.
상을 차리는 동안 침샘을 자극하는 시큼하고 달큼한 냄새. 밥을 먹지 않기로 다짐했건만 어느새 음식이 내 입에 들어와 오물오물 씹혀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고 있다. 도대체 나는 언제 음식을 입에 넣었던 거지? 음식 앞에서 자기 조절력이 고장 난 사람처럼 여지없이 무너지는 나. 이런 나를 지켜보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습관과 규칙을 만들기 위해 동네 지인들과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하리라 다짐했지만 일정이 있는 날은 빠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 하루 2시간 이상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너무 힘들어서 음식조차 먹고 싶지 않던 시절. 지금의 가벼운 걷기는 오히려 식욕을 자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세 번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었다. 한 번은 파릇파릇 대학 새내기 시절, 한 번은 결혼 직전, 그리고 마지막은 넷째 아이를 출산 한 이후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매번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딱 하나였다. 습관과 규칙, 그리고 리듬감 있는 일상이었다. 그때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았다. 식사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군것질할 틈조자 없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식욕도, 회피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체중은 최고치를 찍었고,, 다이어트는 시급하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 눈앞의 음식, 잠깐의 게으름, 내일로 미루는 다짐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를 생활 속에, 습관 안에, 규칙 속에 밀어 넣어야 한다. 다시 리듬감 있는 일상을 시작해야 한다. 오늘도 체중계 위에 올라선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