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날이다. 2021년의 반년이 시작되고 있다. 끄물끄물한 날씨에 오늘도 비는 예보되어 있다. 내일도 비, 다음 주는 내내 비가 내린다고 한다. 늦장마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요즘 내리는 비는 갑자기 폭우로 변하기도 한다. 낮엔 멀쩡하다가도 저녁에 느낌이 이상해 창문을 열어보면 폭우가 쏟아진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는 우산으로 막기에도 어렵다. 비가 많이 올 때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은 한꺼번에 쏟아붓는 물 같다.
우리 동네는 산을 깎아 돌 위에 흙을 부어 만든 땅이라 배수는 잘되는 편이다. 처음 이주할 때 이웃들은 흙을 차로 사서 부어 땅을 더 다졌다고 하는데, 늦게 오느라 우리는 그렇게 하질 못했다. 올해는 흙을 한차 정도 사서 붓고 다지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못했다. 비가 많이 오게 되면 알게 모르게 흙이 유실된다. 장마 때나 폭우가 쏟아질 때는 낙숫물이 떨어지는 마당 한쪽으로 물이 고여있는 것을 본다. 잔디도 심고 나름 땅을 돋운다고 했지만, 잠깐씩 고여 땅이 물러질까 염려도 된다.
작년에 데크 쪽으로 물길을 냈는데, 주변으로 풀이 많이 생기고 높아져 자연스러운 물꼬가 트이지 않았다. 채마밭에는 지붕 물받이에 배수관을 연결했지만, 잔디 밭쪽에는 지붕 물받이가 없어 낙숫물이 그냥 떨어져 빠져나가는 것을 감당 못해 더러 고이는 것이다. 그래서 물길을 만들어 고이지 않고 빠져나가게 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잘 빠지지 않는다. 물론 많이 고이는 것은 아니고 금세 스며들어 큰 걱정은 않는다. 흙을 뿌려 다질 계획을 하고 있으니.
잔디나 풀이나 꽃이나 아무것도 없으면 오히려 고치기도 쉬울 것이다. 하지만, 마당에 온갖 것이 들어차 있는 여름엔 손대기가 어렵다. 많은 노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풍성함이 싫어지기도 한다. 마당가꾸는 일만 해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봄꽃이 다르고 여름꽃이 다르다. 봄에만 꽃을 심는 것이 아니라 여름꽃도 따로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전할 겨울을 생각해 필요한 조형물도 있다. 채우면 채울수록 더 허전함이 돋보인다. 풀을 뽑으면 풀의 빈자리가 메꿔지기도 전에 다른 것을 심을 유혹도 받는다.
내 주변은 어떨까 싶다. 쌓인 할 일들과 채우려고 애쓰는 의식들로 빈 공간이 조금도 없는 듯하다. 작은 마당 하나 더불어 사는데도 이렇게 많은 것들과 함께 하는데, 인생살이에는 얼마나 많은 꽃들과 풀들과 나무로 뒤 엉겨있을까. 거기에 기대와 욕심의 열매를 얻기 위해 덧붙인 것들까지. 통(通) 하지 않으니, 스트레스와 온갖 염려들까지 쌓인 것들과 더불어 자리를 틀고 앉아있다. 이래선 안된다. 흐르고 바람이 통(通)해야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물길 만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일에도 물꼬를 터 주어야 한다. 막힌 물꼬를 터줘서 욕심과 기대도 흘려보내야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어수선한 많은 관계도 정리해서 흘려버릴 것은 과감히 흘려보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잡동사니뿐만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 넣어둔 보이는 잡동사니까지, 치워버려야 할 것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 아침이다.
7월의 첫날, 마당의 물꼬 트는 일뿐 아니라 날로 복잡해지는 관계에서 여유가 활보할 수 있도록 마음 물꼬 트는 일부터 해야겠다 결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