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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Sep 12.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일본 기행기 1

출발,  요코하마

2014.10.13~10.16까지 일본 시즈오카, 도쿄, 요코하마, 하코네를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온 여행기록을 갤럭시 노트 1로 기록한 여행기다



2014.10.13

올해 회사에서 장기근속 포상으로 동남아 여행권을 받았다. 우리 회사는 장기근속자들에게 10년은 국내여행권, 20년은 동남아, 30년은 유럽이나 북미 여행권을 근속 선물로 주고 있다.  나는 20주년 기념으로 동남아 여행권을 받았다. 회사 일정 등을 고려해 휴가를 맞춰, 가족들과 의논해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상품을 여러 가지로 알아보다 **여행사의 3박 4일 도쿄 시즈오카 패키지를 선택했다. 아버지께서 가까운 일본을 다녀오시고 싶어 했고, 특히 이 패키지에 하코네가 들어있어 온천도 권해 드릴 겸 택했다.


아시아나 126기가 9시 40분 출발 예정이다. 가족들과 회사에 문자 보내고, 아버지를 모시고 출발을 기다리는 중이다. 가이드님의 말로는 현재 일본에는 태풍이 지나가는 중이라 비가 엄청 온다고 한다. 인천공항 하늘은 이렇게 맑고 푸른데... 얼마 전에 주민센터에서 사진 찍는 수업도 들으시고 사진 찍기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이번에 사진도 많이 찍으시라고 했는데 날이 흐리면 어쩌나, 아니 날 흐린 것은 고사하고 비는 또 얼마나 올까 생각하니 모처럼 잡은 일정이 잘못 잡은 것은 아닌가 싶어 염려스럽다.


사실 아버지를 모시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도 많고 부담되는 점도 있다. 홀로 계신 아버지가 안쓰러워 자주 모시고 나가고 싶지만, 별로 그런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그래도 가끔 나가게 되면 어머니 없이 아버지 혼자 여행하시는 것을 안쓰럽게 보는 분들도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효도한다고 칭찬하는 분들도 많으셨다만, 나이 드셔서 홀로 여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이진 않았나 보다. 특히 우리나라 정서엔... 이번에 기회가 좋아, 더 나이 드시기 전에 모시고 나가게 되어 감사했다. 여행기간에는 기분 언짢게 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즐겁게 다녀오시도록 배려해야 한다. 매사 너무 깔끔하시고 아시는 것도 많고 주관이 강하신 분이라 더러 부딪히는 경우도 있고, 알게 모르게 서운함을 드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이륙하는데 왠지 많이 흔들린다. 구름 위는 푸르고 화창해 보이는데 쿨렁거리면서 흔들린다. 별스럽다. 기내식이 나왔다. 가까운 거리라 그런가? 아니면 어려움이 있는 건지 좀 부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케이크와 조금 불은 메밀소바를 맛있게 먹고 차 한잔 마신다.  시즈오카 공항은 여행 활성화를 위해 2009년 개장한 작은 공항이다. 시즈오카현의 상징인 후지산과 가까워 후지산 시즈오카 공항이라 불리기도 한다. 가이드님도 아주 작은 시골 공항 정도라 했는데, 와보니 아주 작진 않고 비용 때문에 이곳을 개척한 것 같았다.


C가이드님은 본인을  "새"로 불러 달라고, 갈매기도 좋고 까마귀도 좋다고 하셨다. 본인도 이번 일정에 태풍이 있다고 해서 무척 마음을 쓰신듯했다. 일본의 일기예보는 거의 정확히 맞는다고 한다. 아마 지진과 해일 등 천재지변이 많은 나라라 유난히 예보에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일본에서 오래 사셔서 박식하고 여행기간 내내 일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셨다. 나도 일 때문에 매년 일본을 방문하다시피 했지만, 몰랐던 얘기들을 많이 들어 이번 여행기엔 자잘한 일본 얘기를 많이 쓸 것 같다.


일본은 홋카이도, 규슈, 혼슈, 시코쿠의 4개의 큰 섬과 6,900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행정구역은 도도부현( 都道府県 도도후켄)으로, 광역 자치 단체인 도(), (道) 부(府) 현(県)을 말한다. 1도 1도 2부 43현으로 되어 있다. 시즈오카현은 주부 지방에 속해 있다.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스마트폰으로 기록한 내용과 사진들을 확인해 보니, 기록은 계속했지만, 의외로 사진이 적었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찍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사진 찍느라 움직이시는 아버지를 확인(?), 쫓아다니느라 별로 찍지 못했던 것 같다. 게다가 이번 여행의 목적이 아버지 사진 찍고 다니시는 것이나, 뒤에서 잘 보조하는 것이고 즐거운 여행을 하시도록 하는 것이니 아버지 찍은 사진 외엔 별로 없는 것이 맞다.


이동하면서 가이드님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일본에는 600cc도 안 되는 경차들이 많은데 특히 노란색이 많다. 차도 병아리처럼 아기라 그런가. 2명당 차가 한대일 정도로 차가 많다고 하는데, 경차가 많으니 도로가 복잡하진 않은 것 같다. 자가용은 거의 일인당 0.8대, 짐은 트럭으로 날라서 차가 크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유럽 문명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이 유럽처럼 작은 차를 선호하는 것 같다.  신칸센 Shinkansen은 일본의 고속철도인데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이기도 하다. 일본은 섬나라임에도 철도가 발달되어 어디든 철도로 잘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시간이 하락될 때 일본 기차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16세에 면허를 딸 수 있고 고졸 후 트럭 운전하면 연봉 308만 엔 받을 수 있다. 젊은 층이 트럭 운전을 선호하는 이유는 초봉도 괜찮고(23만 엔 정도) 혼자 잔소리 들을 일 없이(?) 여러 곳으로 돌아다녀서라고 한다. 아이 학력은 아버지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하면서 대학 진학률이 50% 정도로 우리나라보다는 낮은 편이다. 대학 등록금(수업료 포함)은 한 학기에 100만 엔이 넘어 우리나라보다 학비가 비싼 편이다. 학구열은 여러 이유로 우리처럼 높지 않은 듯했다. "배워야 산다"는, 오래전 우리 부모 세대의 신념대로 세계 어디보다 높은 학구열의 우리나라 멀지 않은 미래에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지 않을까는 작은 기대를 해봤다.


이번 여행에선 일본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재밌는 얘기를 많이 들을 것 같아 기대된다. 도쿄 쪽으로 내려가는 버스는 후지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휴게소에서 아버지는 900엔짜리 계란 가락국수, 나는 560엔짜리 유부 가락국수 먹는데 맛이 괜찮다. 버스가 출발하니, 휴게소에 우산을 두고 온 걸 알았다. 나이 드신 아버지도 잘 챙기시는데, 내가 우산을 잊어 먹다니... 핑계 같지만 이상하게 우산은 잘 잃어버리게 된다.



출처 위키백과


톨게이트마다 "하이! 하이"  하는 씩씩하지만 어쩐지 구슬프기도 한 할아버지 검수원들의 목소리가 안개 끼고 비 뿌리는 우울한 일본 정경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일 년에 7500번의 지진을 겪는다고 한다. 섬나라의 애환에 지진으로 인한 재해까지 매년 겪는 고통은, 사람들의 성격까지 바꿔 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폐쇄적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저 주어진 에 만족하며 항상 재난에 대비하여 언제라도 짐을 꾸릴 수 있는 삶, 환경과 시간에 순응하는 삶이 순종적인 성격으로 만들어 갔는지도 모른다. 버스는 요코하마로 접어든다.


요코하마는 시 단위로 보면 도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며, 가나가와현의 현도이고  도쿄에서 약 30km 떨어져 있어 전철을 이용하면 40분이면 갈 수 있는 도쿄 대도시권 위성도시다. 쇄국정책이 끝나고 가난한 어촌이었던 요코하마는 1859년 개항하여  일찍부터 서구권과의 활발한 문물교류 덕택에 주요 무역항으로 발전해 왔다. 이후 관동대지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1983년부터 "미나토미라이(미래 항구) 21"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새로운 요코하마의 부활을 꿈꾸며 성장하고 있다.


야마시타 공원은 관동대지진(간토대지진) 후 바다를 메워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좋은 말로 바다를 메워 만들었지만, 관동대지진 때 무너진 폐허의 건물들, 쓰레기들을 매립해서 만든 곳이라 한다. 일본의 매립기술은 가히 세계적 아니던가. 공원에는 유명한 동상도 많고 오래전에 태평양을 건너 미국 시애틀을 왕복하던 "태평양의 여왕"이라 불렸던 호화 여객선 "히카와 마루"가 은퇴 후 계류되어 있다. 요코하마 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으로 정박해 놓은 것이라 한다. 비 내리는 요코하마 항구에서 아버지께서는 사진 열심히 찍으신다. 흐리고 비 오는 요코하마 항구에 공생하는 갈매기 떼 들... 문득 일본 갈매기 앉아 있는 모습이 무서워 보인다. 쇠밧줄에 줄지어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계급대로 앉아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요코하마항에 계류되어있는 "하카이 마루"호와 사진을 찍는 아버지


일본은 큰 변화가 없어 언제 와도 낯설지는 않은 것 같다. 옛것도 지금 것과 같이 살아가고, 옛것이나 지금 것이나 구분이 없어 편안한 느낌이 있다. 차창밖엔 레인보우 브릿지가 희뿌연한 안개 사이로 빛을 밝히고 있다.  아버지께선 차창밖도 열심히 찍으신다. 누구 보여 주시려고 저리도 열심히 찍으시나... 아버지를 위해서 이번 여행은 보낸다 생각하니 오히려 더 여행 온 맛이 난다. 아버지 사진 몇 장 찍어드리고 나는 사진도 별로 안 찍으니, 그저 눈에 보이고 마음에 느껴지는 데로 추억에 보이는 저 풍경을 고스란히 맘에 담는다.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제목도 모르는 조용한 팝송 듣는 것도 좋고, 오래전에 함께 왔던 사람들이 무지무지 그리운 풍경이다.


오다이바에 잠시 들러 자유시간을 준다. 아버지와 나는 펫 샵을 들렀다. 퍼그, 요크셔테리어, 푸들... 여러 강 아들이 있는데 값이 비싸다. 35만에서 55만 엔이면 일본 샐러리맨들의 한 달 봉급이 훌쩍 넘는다.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줄 알지만 너무 비싸면 키우기도 힘들 텐데, 혹시라도 유기견을 만들지는 안 나는 별생각이 잠시 든다. 보리 입힐 생각으로 강아지 조끼하나 샀다. 예전에 로리 기모노 샀던 생각난다. 녀석에게 작아서 강제로 입혀 사진 한 장만 찍었더랬다. 로리가 떠난 후 정리했는데, 그냥 둘 걸 그랬나 생각이 든다.


산책 중인 닥스훈트 자매 / 도요타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신 아버지


태풍이 도쿄로 온다고 해서인지, 저녁에 호텔에 들어올 때는 비가 꽤 많이 왔다. 짐을 풀고 약국을 찾아 잠시 나갔는데, 약국은 못 찾고 편의점에서 우의만 하나 사 가지고 들어왔다. 내일은 자유여행이라 가이드님과 몇 팀이 도쿄 시내 옵션관광을 하기로 한다. 비용을 더 지불해도 가이드님의 설명과 차로 편리하게 다닐 수 있어 아버지께서 좀 더 편히 구경하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본 올 때마다 느끼는 점은, 땅이 제법 넓은데도 검소함이 배어 있고 야무진 느낌이 든다. 도요타자동차 전시장에서 여러 차를 타 봤는데, 작은 차의 내장재들이 참 튼튼해 보였다. 야무지고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도 차 잘 만들고 특히 가격이 비싼 차는 내장재도 고급지게 잘해놓는다. 하지만 가격이 싼 차의 내장재가 더러 아쉬울 때도 있다(물론 내가 느낀 점이다). 가격 때문에 맞출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가격이 낮아도 그에 맞게 튼튼하고 꽉 맞춰진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워만 할 순 없다. 잘하는 건 잘한다고 인정해 줘야 한다. 우리의 장점이나 일본의 장점이 똑같을 수는 없다. 같은 젓가락 문화라도 속 차이는 확연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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