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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뻔뻔한 그 여유로움이여
낙타를 친구로 둬야 할 사람들
by
opera
Dec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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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너의 그 초연함이여
뻔뻔한 여유로움이여
항상 웃는 모습으로 반기는
여유 있는 삶의 익살스러움 이여!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늘 헷갈리는 나에게
너는 오로지
살기 위해 먹는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억새풀도 가시도 어떤 보드라움에도 연연치 않고 무엇이던 먹는다.
매끄러운 살결 하나 없는 몸이지만
쉴 새 없이 불어 대는 모래바람에도 견디는
너의 코는 모래먼지를 막을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
작은 너의 귀는 듣기 싫은 소리를 걸러내고 닫을 수도 있다.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를 사막에서
네 한 몸도 무거워 힘들 마당에
너는 며칠이고 견딜 수 있는
물까지도 재워둔다.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너는
외로운 사막에서 짐꾼이고 친구며 동반자다.
너의 저축성과 낙관성은 사막 같은 인생길에서도 배워야 할 것들이다.
너는
삶이 예측할 수 없게 고난스럽게 흘러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해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습관을 가르쳐주었다.
가능하면 가능한 대로
가능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낙타처럼 남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삶이,
각박한 인생에서 잠시라도 평화로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길 아닐까.
다른 무엇보다
모질어지고, 굳어버리기 쉬운 오늘날의 삶에서
너의 뻔뻔한
여유로움은
인생 텐트 안으로 고개를
당당하게
들이밀고
춥고
거친 삶에서도 미래와 함께
견디게 한다.
오래전 여행길 만났던 너는
타고나야 했겠지만
그래도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게 만든
나의 뻔뻔하지만 소중한 고마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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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며 흙에서 배워가는 자연 속 일상의 다양함과 여행으로 얻는 인문기행기를 쓰고 그리며, 순간의 이어짐을 소중히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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