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비치는 좋은 아침에 기분까지 상쾌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오늘은 푸르른 하늘처럼 행운의 일진이 쫘악 펼쳐질 것만 같은 아침이지만, 한편으론 어제 풀리지 않은 앙금이 살포시 고개를 듭니다. 인간이기에 어리석은 염려는 언제나 기쁨과 함께 합니다. 어쩌면 염려는 이브의 천형과 같은 존재입니다. 늘 긍정적인 생각과 개척적인 마인드로 역경을 바라보면 좋으련만, 마음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소한 걱정과 우려입니다.
"쓸데없는, 특히 생기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나 근심을 버리고 주어진 이 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서 충실하게 사는 것" 많은 선각자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첫 번째 해야 할 일로 꼽는 것 들입니다. 너무 단순하고, 지키기 쉬운(?) 비결이기에 무시해버려 사라지지 못하고 마침내는 내 것으로 자리 잡고 맙니다.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남겨두었기에 "염려는 염려로 걱정은 걱정으로" 자라게 됩니다.
마당 채마밭에 나가봅니다.
세상에... 어제보다 훌쩍 커버린 아기 배추들이 당당히 고개를 젖히고 나를 바라봅니다
"나 어때? 염려했지만, 이젠 뿌리를 내린 것 같지 않아?"
그러네요.
어쩌면 세상의 많은 일들이 염려를 먹고 자라는가 봅니다. 걱정을 먹고 자라는 것 같습니다.
아기배추들은 나에게 적잖은 교훈을 줍니다. 염려와 걱정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흘려보낸다면 좋은 거름도 될 수 있다고... 늦배추 심는 것을 염려하고 잘 자랄까 걱정했지만, 2주 전에 심었던 아기배추는 당당하게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땅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염려였습니다. 걱정도 염려도 소심한 성격 탓에 만사가 염려되는 자잘한 일들도, 삶을 키우고 자라게 만드는 하나의 거름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낫습니다.
신촌으로 가기 위해, 사직터널을 지나가려면 교보문고를 지나 광화문 큰길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교보문고에서는 아름다운 말들을 커다란 현수막에 써서 빌딩에 걸어 놓고 있습니다. 30년이 넘도록, 짧은 글귀지만 지친 현대인의 마음에 한눈으로 읽혀주는 살아 움직이는 글들입니다. 어디론가 바삐 가는 사람들,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사람, 승용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버스 안에서 출퇴근 중인 이들,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와 위로를 주는 글을 누구라도 어디서라도 볼 수 있도록 커다랗게 정성껏 써 놓았습니다.
오래전, 그곳에서 읽었던 "더 열심히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싯귀가 아기배추를 보며 생각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작은 채마밭의 아기배추는, 나의 염려와는 상관없이 "제 순간순간을 만끽하며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해서 일까요.
염려와 걱정까지 거름 삼아 자신의 순간순간에 충실하여 행복한 아기배추가, 걱정이나 오지도 않은 염려까지 힘들여 내쳐버리고 바른 길로만 가려고 애쓰는 어리석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온갖 것이 어우러져 마당이 된 것처럼,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들과 염려와 걱정까지도 곁에 있는 친구처럼 품고 함께 즐기며 오늘의 "꽃봉오리" 바로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싶은,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