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는 보는 그대를 위한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는 것들

by opera



마가목에는 작년하고 똑같이 작은 열매 덩어리 세 개가 달려있다. 조금 더 큰 것도 같다. 산수유는 해가 덜 들어서인지 새빨갛게 물든진 못한 붉고 조그만 열매를 매달고 있다.


좀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는, 이 계절이 아니라 여름철에도 쉬이 볼 수 없는 화려한 색깔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화려했던 알리움 꽃보다, 우아하고 분명한 보랏빛 정취를 오랫동안 뽐내주고 있다.


겨울이 되면 여름날처럼 뜨거운 햇빛이 하루 종일 내려 쪼이진 않는다. 해가 일찍 져, 추위가 아니더라도 식물이 자라기에 힘든 날들이 돼가는 것이다. 잎이 다 떨어져서 그런진 몰라도 달려있는 열매들의 색깔은 더 뚜렷하고 예쁘다. 제 색을 온전히 뿜고 있다.


마가목 열매의 효능은 뼈를 튼튼하게 해 주고 기관지에도 좋고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해줘 그야말로 현대인에게 아주 좋은 열매라고 한다. 산수유는 신장기능을 좋게 해, 배뇨작용을 돕고 당뇨로 인한 고혈압도 예방한단다. 온통 좋다는 소리만 많다. 한 움큼이지만 효소라도 담아볼까 생각하다 고개를 젓는다.


전원에서 살게 되면 대부분 이런 나무들을 심게 되는데 꽃도 보고 열매도 거두기 때문이다.

산수유는 "봄의 전령"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봄도 채오기전에 노란 꽃을 품는다.

그 모습이 좋아 산수유나무를 심었을 뿐이다.

게을러서 효소도 담지 못할 것이고, 담을 생각도 없었다. 다만 매달린 열매들을 새들이 와 쭤먹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나름 약성이 있어서 있까? 새들도 쭤먹질 않는 것 같다. 새들도 사람들이 먹는 사과나 감 같은 것을 좋아한다. 엊그제 동네 산책 때 어느 집 감나무에 매달린 대봉에, 새가 쪼아 먹은 흔적을 본 것이 기억났다.

얼른 일어나 아침에 깎은 사과 두쪽을 수탉 방향계와 나뭇가지에 꼽아 둔다. 그리고 찜해 둔 새집을 주문했다.


새똥이 너무 독하다고 해, 새를 위한 새집보다는 마당의 아름다움을 위해 새집을 놓기도 한다. 그래도 올해는 새를 위한 새집을 하나 달아 놓아야겠다. 새똥의 괴롭힘을 나도 당했다. 여름에 전선줄에 가득 앉은 제비들이 싸는 똥이 차에 많이 떨어져 세차하느라 힘들었다. 불편하긴 했지만, 차 덮게를 구해 씌어 놓는 것으로 일단 해결했었다.


앞마당의 하이라이트는 보랏빛 열매를 신기하리만큼 아직도 진하게 품고 있는 좀작살나무다. 혼자 보기 아까워 보랏빛 작은 보석들을 어디라도 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다. 잔잔한 색의 마당에 튀기만 할 것 같은 진보랏빛이 오히려 담담한 위로를 준다. 올 가을 농원에서 보랏빛 열매가 너무 예뻐 작은 아이 한 그루 샀는데, 몇 달 동안 예쁘게 잘 달려있다. 가지치기를 했어야 함에도 달려있는 보랏빛 작은 아이들이 아까워서 가지도 치지 못했는데, 잔 가지 때문에 겨울철 보온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계절 내내 열심히 산 아이들은 길고 긴 동면에 들어가기 전, 보는 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열매까지 선물한다. 잎이 나고 푸르게 올라가고 열매를 품고 잘 익어 제 색깔을 내기까지 힘들었던 여정을 온몸으로 견디며 지금까지 왔는데 사라지는 이즈음까지 "나눔"을 주고 있다. 는 올 한 해 누군가를 위한 삶의 시간을 얼마나 보냈는지, 마당의 작은 열매들을 보며 생각해본다. 이 아이들과 같이 자연의 일부분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자그마한 배려를 놓고 살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추운 계절의 정원도, 살아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색깔 있는 열매들 때문에 춥지만은 않다.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모르지만, 원색의 아름다움으로 마당을 밝히는 작은 열매들이 공해 없는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함께 차가운 겨울 공기도 따뜻하게 물들인다.

브런치를 한 후 처음 맞는 겨울이 하얀 지면 위에 다양한 색깔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해보는 초 겨울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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