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정원

이끼처럼만 살아라...

by opera

몇 주전에 요즘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라는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다. 유명한 건축가(?)가 지었다는데 외부는 빨간 벽돌 공장 모습이고 내부는 파이프와 철근이 보이는 구조의 건물이었다. 아마도 시골에서 보기 힘든 브루클린 냄새가 나는 카페라 그랬는진 몰라도 특별해 보이는 점도 없었지만 주말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브런치로 나오는 빵이 맛있긴 했다. 다만 내부 장식이 요즘 보기 힘든 뜨개질 공예로 되어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벽에도 걸려있고 디스플레이된 화초도 뜨개실로 장식하고 의자에도 뜨개질 옷을 입혔다.

그래도 내가 재밌게 본 점은 바깥에 놓여있는 이끼 심어 놓은 돌이었다. 아무데서나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삭막한 마당에 활기를 주려 했던지 빨간 벽돌 마당에 널브러진 돌 몇 개에 이끼를 입혀 초록빛을 남겼다.


돌이나 이끼나,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이다. 모양이 특이하게 생긴 돌들은 그나마 관상용으로라도 대접받지만, 강 주변이나 산에도 흔한 돌들은 인정은 못 받지만 산이나 강을 받치고 있는 우리 같은 인생들이다.

이끼는 산길에도 산책길 주변에도 흔하게 퍼져있는, 사람들에게 밟혀도 여전히 초록의 생명을 키우고 있는 공기 정화식물이다. 온몸이 말라, 날아가버릴 것 만 같은데 어느새 함박 이슬 머금고 또 끈질긴 생명을 태워간다. 땅의 정기와 이끼는 한 몸인 듯하다. 이끼는 살아온 모든 이의 나이를 무색게 할 정도로 오래된 생명체다.

나를 보고 견디라는 듯이 어떤 환경에서도 생명을 퍼트린다.

나처럼만 살아라, 나처럼만 견뎌라, 이끼처럼만 살아라.


그래~ 주변에 돌도 이끼도 흔한데... 못할 것도 없지.

나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멀리 다녀온 보람이 있었다.


사실 산 모양을 닮은 돌이 이미 마당에 하나 있다. 아끼는 "겸손 송"( 謙遜松 : 고개를 수그리고 있어 붙인 이름이다) 옆에 두려고 돌 파는 곳에 가서 제법 돈 주고 산 돌이다. 골이 많아 물 흐르는 모습을 연상시키니 "겸손 송"과 참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돌이다. 군데군데 푸른 이끼를 심어 산 모양을 제대로 살리고 싶었는데, 이끼가 잘 자라지 않고, 말라붙어 돌산만 감상하고 내버려 두었었다.

다시 한번 도전하고, 주변 돌에게도 이끼를 심어주리라 생각했다.


친구와 강아지들과 산책하다, 배롱나무가 많이 심겨 있는 넓은 공터에 지천으로 덮여있는 이끼를 보고 조금 떼어 왔다. 자연 속에 널려있다 해도 마당 안으로 들여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삭막한 겨울에 밖에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삼아 떼어와서 돌들에 붙여주었다.

작은 돌산에 충분히 심고, 적당한 모양의 돌들에 이끼를 정성껏 붙여 준다.

물을 충분히 뿌려줘 자리를 잡도록 해준다. 마당에 초록으로 얼어 죽은 풀들도 있고, 소나무의 푸른 잎은 여전한 초록의 생명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끼의 초록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무채색 느낌의 마당에 싱그러움을 안겨주는 빛이다.


오늘 아침은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다.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내려서 인지 돌에 심은 초록의 생명은 잘 자라고 있다. 차를 한잔 끓여 마당 의자에 앉아 겨울 마당을 본다. 화려한 꽃들과 푸르른 생명들로 꽉 차 있던 따뜻한 계절의 정원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아직 눈도 내리기 전의 황량하고 적막해 보이는 겨울 마당도 자세히 보면 나름의 매력으로 평온함을 안겨주고 있다. 채워졌을 때나,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비워졌을 때도 흙이 있는 마당은 살아갈만한 자유와 평화를 주는 좋은 친구다.








이끼는 나뭇잎과 같은 이물질을 거르는 큐티클층이 없기에 같은 면적의 나무보다 많은 미세먼지를 정화한다.

https://namu.wiki/w/%EC% 9D% B4% EB%81% BC

이끼는 비록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지만 자연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4301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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