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당의 아침 봄마당의 짧은 풍경 둘, 꽃과 풀

봄꽃은 겨울 마당 속에서 잉태됩니다.

by opera




일교차가 커서 저녁이면 핀 꽃들이 얼지 않을까 걱정되는 요즘 날씨다. 앞마당 작은 정원 앞의 잔디를 뽑아내고 조금 넓혔다. 다양한 색의 꽃들을 가까이 두고 보고 싶어서다. 마당 구석구석에서는 언제 심었을지도 모를 구든들이 땅을 갈라치며 고개를 삐죽이 내민지도 오래다. 자고 나면 한 뼘씩 큰 것처럼 보인다. 성장을 시작하는 봄의 마력 때문인 듯하다.


햇살이 잘 드는 땅에서 일찍 나왔던 튤립은 꽃을 피우려 목대를 한껏 치들었었다. "기특한 녀석..."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학교에 갔을 아이다. 제가 잘 나서였을까? 글쎄 아마도 좋은 땅에 자리 잡은 탓에 그런 것 아니었을까 싶었는데, 오늘 아침 보니 몽우리가 활짝 열렸다. 튤립이 벌써 피었다. 맞은편의 튤립들은 쑥쑥 자라 올랐어도 꽃몽오리가 맺힌 것은 적은 듯하다. 여기도 남향이라 햇빛은 잘 드는데... 맞은편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자리를 잘 잡는 건 역시 중요하다. 같은, 사람이 사는 같은 공간이라도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집값도 천차만별인걸 보면 누가 누구를 닮아 그런 건지도 모르게 헷갈린다.


첫 꽃을 피웠던 수선화는 벌써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옆에 있던 아이들과 함께 노란 수선화와 흰 수선화는 서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얼굴을 들지 몰라 아무렇게나 자리 잡아준 사람 때문이다.


꽃을 보려 인터넷에서 주문한 장미는 심은 대로 벌써 예쁜 꽃을 내어준다. 스마트폰 사진 촬영 기능이 다양해 접사로 찍어보니 여린 꽃잎 하나하나가 이다지도 정교한 모습이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다. 결과 색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다. 당당한 이름 아래 피는 꽃들이 아니더라도 한 귀퉁이 인적 없는 곳에서 피어나는 들꽃이라도 자세히 한번 쳐다 보라.


쪼그리고 앉아 잠시라도 그 얼굴을 쳐다봐 주기만 해도, 꽃은 더 큰 감사와 사랑으로 보답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꽃들이라도 아름답고 청초한 자태로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섬세한 떨림만큼 순결하고 여린, 때 묻지 않은 성정을 사람에게 보여주는 실물 교훈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들지 못하는 천연계의 생명의 신비를 알리는 하늘의 별처럼, 꽃들은 바뀌는 계절에도 변하지 않는 대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꽃의 자존감이 사람과 다른 점은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꽃을 더 잘 피우도록 자리 잡아 줄 수는 있지만, 들꽃에라도 꼿꼿한 자태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난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세상을 헤쳐 나오는 꽃의 모습이기에 보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꽃 한 송이를 보면서 닮고 싶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배워본다.


마당 어느 구석에도 봄을 반기지 않는 곳은 없다. 마가렛은 어느새 잔디 속에서도 무리 지어 제영역을 펼치고 있다. 민들레는 환영도 않지만, 이미 노란 자태를 뽐내며 홀씨까지 날려버렸다. 민들레 홀씨의 위력을 아는 사람은 보는 대로 뽑아내려 애썼지만, 민들레 꽃의 소중함을 어느 작가님의 글을 통해 읽은 후로는 잠시 고민을 하게 만든다. 대책 없이 마당을 점령하려들 올해도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아직은 선득하지만 생명의 기운을 가득 품은 봄바람은 온 마당을 품고 다닌다. 한송이 봄꽃처럼 봄바람의 기운 속에 더불어 펼쳐갈 하루를 그려본다.




남촌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이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냄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그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들엔 호랑나비 떼

버들가지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

(김동환 시, 김규환 곡)





p.s. 오늘 아침에 생각나는 가곡 김규환선생님의 "남촌"을 소프라노 "강혜정"님의 목소리로 들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epBkWQN0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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