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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03. 2022
2022년의 일기(日記)와 나의 브런치
2022년 새해 벽두에 다져보는 마음
스마트폰 기행기 자료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예전 파일들을 찾다 보니 저장되어 있는 일기 파일이 눈에 많이 띈다. 나는 일기를 꼬박 쓰는 편이다. 그야말로 일(日)기(記)니,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쓴다. 요즘엔 스마트폰이 있어 편히 쓰지만 예전엔 펜으로, pda와 컴퓨터로 일상을 기록해 왔다.
시간적 여유가 좀 있으니, 지난 자료들도 정리해 태워버릴 것은 태워버리고, 특히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들을 검토하고 지울 건 지워야지 하면서도 여태 밍그적거리고 있다.
일기에 여행기록이 있나 싶어 뒤적이며 읽어본다. 왜 그렇게 절박하고 힘들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싶다. 일기는 "힘들었음"을 토로하면서 또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기도 했던 것 같은 애달픈 흔적들의 나열이다. 흔적은 견디고 참고 이겨내자는 다짐의 연속이다. 다시 보니 별일도 아닌 것도 많다.
별일이 아니기에 별일이 아닌 것일 수도 있고,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성숙되었든지 아니면 무감각해졌든지 둘 중의 하나리라. 아니다 넘어선 것일 수도 있다.
한때 나를 모질게 아프게 한 어떤 이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해와 "매사를 동글동글하게 적당히 넘어가지 못하는 모난 성격 탓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모질게 대한 점도 많았으리라"며 적당히 나의 부족함으로 둘러대는 겸손한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견디느라 힘들게 살아온 것은 대견스럽지만 더 강하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운 점도 많다. 그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는 위로를 하면서, 그렇게 힘들게라도 버티고 살았으니 지금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며 "잘했다" 지지도 해주며 다독거려본다. 여러 해 동안의 흔적이, 성장이었는지 지체였는지 버티기였는지 무어라 정확히 표현하긴 힘들지만 견디어온 세월의 발자국이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고마운 상흔이다.
일기(日記)이기에 그렇다.
실제 일어난 일들 생각으로만 그쳤던 일들, 나와 함께 한 하루를 온전히 발가벗겨 펼쳐 놓은 것이니 그렇지 않겠는가. 여기저기 외장하드에 복사해놓은 것들을 정리해야겠다. 한두 곳만 복사해둬도 될 것을 뭐가 그리 소중하다고 중복되어 있는 파일도 많다. 디지털 세상이다. 눈에 보이는 것 태워 없애고 깨끗이 정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깔끔한 정리는 더 필요한 법이다. 이참에 마음 정리도 깔끔히 하자.
브런치를 시작 한지도 열 달이 넘고 새해로 접어든다. 처음 글 올릴 때의 감동과 기쁨을 50번째 글에, 100번째 글을 올리면서 목마름을, 멈추지 않고 계속 써왔다. 그러다 보니 150회 글도 넘겼다. "150회 글을 올리면서"라는 상투적인 표현은 버렸다. 많은 독자들에게 노출되어 조금이라도 더 공감을 얻고 싶은 간절한 바람도 있었지만, 독자분들은 많이 늘지 않았어도 글을 쓰며 느끼는 기쁨과 써야 한다는 의지와, 그리고 꼬박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고맙고 힘이 되니 조금씩이라도 성장함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브런치를 파고들다 보면 여러 이야기들이 많다.
많이 써서 좋은 글도 아니요, 구독자가 많다고 더 좋은 작가가 아니라는 얘기도 많다.
브런치는 좋은 사람들과 먹으면서 대화하는 즐거운 시간이니, 쓰기를 갈망하는 모두에게 좋은 터전을 제공하는 곳이고 각자의 입맛에 맞는 브런치를 택하는 것은 취사선택의 자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 역시 많은 작가분들의 브런치를 골고루 음미하면서 감탄할 때도 많다. 어떻게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이 있다. 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쓸 수 있는 자유는 보장받고 있으니, 한 올 한 올 실을 엮어가듯이 쓰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글은 쌓인다.
오래된 일기 속에 마음을 꼭 찌르는 글귀 하나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구본형 선생님의 글이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신 구본형 선생님의 글은 힘들 때 많은 위로와 지지를 해주었다.
니체의 글이지만, 다시 해석해서 내 마음에 용기를 주셨던 글이다.
“춤추는 별 하나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내면에 카오스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 You need chaos in your soul to give birth to a dancing star. )
어디도 내보이기 힘든 많은 기록들, 갈등과 혼동과 마침내 화해의 카오스들,
그것이 일기다. 나의 브런치 글들이다.
지금은 홀로 춤추고 있는지 몰라도 언젠가 많은 이들과 함께 춤출 그날을 위해 나는 더 많은 카오스를 품고 나갈 것이다.
오늘따라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다. 영하 10도가 넘는 오늘도 추위가 장난이 아닌데도 거짓말같이 웬만한 날보다 따뜻하다. 정말 따뜻한 햇살이 온 거실 가득히 쏟아지기 때문이다. 마당으로 나가, 데크 기둥 위의 성에를 제거하고 새들의 아침 모이를 둔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떤 아이들에게도, 잊지 않고 꼬박 찾아오는 끼니를 위하여 내가 해 줄 수 있는 작은 사랑의 표현이다.
시작되는 하루, 따사로운 햇살이 사라지지 않는 한 2022년도 나의 브런치는 계속될 것이고 반성과 전진의 각오를 다지는 친구 같은 일기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즐 분투하시는 모든 작가님들 ~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행복하고 건강한 한 해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