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빨리 올라오는 싹도 있다.
먼저 피는 꽃도 있다.
어떤 아이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를 뿐이다.
작은 마당에서만도 봄은 온갖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엄마가 수놓았던 옷 덮개 속의 마을 풍경은 언제나 봄이다.
마을 어귀의 노란 산수유 꽃나무,
초가집 담장을 물들였던 붉은 복숭아꽃,
쭈그리고 빨래하며, 나물 캐는 여인네들의 모습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언제나 함께 있다.
세수를 하다 거울을 본다.
문득 간판이 어제보다 낡아 보인다.
없었던 균열도 생기고 발그렜던 색은 흐려져 있는 듯하다.
리모델링을 해야 하나?
아니다.
낡아가는 상점 일진 몰라도 물건은 풍부하다.
마음 안 상점에는 갈수록 다양한 물건이 들어온다.
화려한 것에 치여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지나쳐 버렸던 것들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보게 되며,
무시한 많은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하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들르는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위로가 있다.
봄의 생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작은 온실 안의 로즈메리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냈다.
하지만 혼자 이겨내지 않았다.
있는 줄도 몰랐던 수선화는 로즈메리 속에서 꽃망울까지 내밀고
함께 봄을 맞는다.
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발길에 차이던 죽은 돌덩이에도 초록 생명을 함께 나눈다.
마당 모습을 이뤄가는 어떤 것에도 허투루 않으며,
모든 것을 끌고 앞장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