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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다. 봄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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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ra
Mar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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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다.
그렇게도 열망했던 봄비가 새벽부터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아무것도 주지 않았던 지난겨울은
미안한 마음에,
비와 함께 봄도 내려 보내고 있다.
새로운 생명이 여기저기 삐죽거리며
올라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
겨우내 끼여있던 먼지를 벗겨낸 나무데크는 정갈하게 몸을 닦는다.
말랐을 땐 보이지 않았던, 파여진 대지는
벌어진 몸뚱이에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균열 간
몸에는 재워둘 수 없지만
지나가는 길목으로라도
,
땅속 깊은 곳 무엇에라도
,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은 기꺼이 받아들여 흘려보낸다.
봄비는 그렇게 다가온다.
받아들이고 내려보내며 다가온다.
대지는
땅속 깊은 곳의 봄비를 다시 빨아올려
품속의 생명들을 틔울 것이다.
견뎠던 여린 가지의 붉은 몸에 생명의
기운을 안길 것이다.
봄비를 맞는다.
겨우내 웅크렸던
게으름과 무력감에 늘어졌던 시간들도 함께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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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며 흙에서 배워가는 자연 속 일상의 다양함과 여행으로 얻는 인문기행기를 쓰고 그리며, 순간의 이어짐을 소중히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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