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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행 ktx를 기다리며

by opera





청량리로 향하는 ktx를 기다리며

선로 옆 긴 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십분 일찍 와, 십 분만 걸어도

아침에 먹은

작은 빵에라도 미안치 않다.


콧등을 스쳐가는 찬바람은

하얀 마스크를 꽉 채운다.

외쳐보지도 못하고

큰 숨 한번 드러내 놓고 못 쉬는,

작금의 기이한 현상 몰아내기라도 해 줄 듯

찬바람을 안긴다.


봄을 향해 꿈틀거리는 나뭇가지들과

얼어붙은 몸뚱이의 반짝임 속에서도

유유히 제길을 찾아가는 물의 속살들,

불쑥불쑥, 삐죽삐죽

햇살 아래 쑥스럽게 고개 내민 저 멀리 산들,

추위와 염려로 가득 찼던

한 겨울을 밀치고

동무들과 함께 올라오는 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오랜 친구의 어머니 가시는 길은
아오는 봄이 함께 배웅하니 외롭지 않겠다


아차,

급히 나오느라 아침 새 모이를 챙기지 못했다.

추우 날 새 밥은 챙겼어야 했는데...

인간인 나는 역시 제가 먼저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겨울새도 나무도 저녁이면 돌아올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ktx는 어느새 망우역을 지나 청량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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