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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시집
청량리행 ktx를 기다리며
by
opera
Feb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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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로 향하는 ktx를 기다리며
선로 옆 긴 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십분 일찍 와, 십 분만 걸어도
아침에 먹은
작은 빵에라도 미안치 않다
.
콧등을 스쳐가는 찬바람은
하얀 마스크를 꽉 채운다.
외쳐보지도 못하고
큰 숨 한번 드러내 놓고 못 쉬는
,
작금의 기이한 현상
을
몰아내기라도 해 줄 듯
찬바람을 안긴다.
봄을 향해 꿈틀거리는 나뭇가지들과
얼어붙은 몸뚱이의 반짝임 속에서도
유유히 제길을 찾아가는
강
물의 속살들,
불쑥불쑥, 삐죽삐죽
햇살 아래 쑥스럽게 고개 내민 저 멀리 산들
,
추위와 염려로 가득 찼던
한 겨울을 밀치고
동무들과 함께 올라오는 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오랜 친구의 어머니 가시는 길은
찾
아오는 봄이 함께 배웅하니 외롭지 않겠다
아차,
급히 나오느라 아침 새 모이를 챙기지 못했다.
추우 날 새 밥은 챙겼어야 했는데
.
..
인간인 나는 역시 제가 먼저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겨울새도 나무도 저녁이면 돌아올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ktx는 어느새 망우역을 지나 청량리로 향한다.
.
keyword
봄
청량리
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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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저자
정원 가꾸며 흙에서 배워가는 자연 속 일상의 다양함과 여행으로 얻는 인문기행기를 쓰고 그리며, 순간의 이어짐을 소중히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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