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Sep 26. 2022

견디느냐 극복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견디지 말고 이겨보세요


시작하는 하루 앞에는 많은 일들이 놓여 있습니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받아들이는 나의 상태에 따라 시련도 되고 희망도 됩니다. 시련으로 다가올 때는 가만히 엎드려, 아니 때론 가만히 기대어 서서 남의 일 구경하듯이 객관적으로 지나치기를 기다리며 견디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개척해보려는 도전적인 마음보다, 방관적이고 도외시하는 태도에 익숙해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세상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지고 적당해져 그럴 수 있다는 여유 있는 생각도 들지만, 문득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제 경우엔 강아지 셋을 건사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아지 셋을 건사하는 일도 아이 키우는 일 못지않습니다. 당당한 가족의 일원으로 자신의 요구와 주관이 있기에 함께하는 사람 가족들의 의지를 시험하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보리와 승리는 사람 손을 많이 요구하는 아이들이 아니지만, 서울서 귀향한 샐리는 고집이 아주 셉니다.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실외 배변을 선호하는 습성입니다. 흙냄새가 좋은지, 마당에서 뛰어노는 기분을 잠시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인지, 하루에 규칙적으로 네 번 이상은 실외 배변을 해야 합니다. 고쳐보려 노력하다 문득 서울 가기 전 아기 때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푸들은 영리한 아이라 한번 가르치면 금세 배운다고 했는데, 샐리는 "앉아 기다려" 등을 금방 배웠지만 배변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 식구들이 퇴근 후에 집에 와 속상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포기하자 조금씩 화장실도 사용했는데, 서울 가서는 그 버릇이 고쳐졌다 해 다행스러웠는데, 이번에 내려오면서는 확실한 자연주의견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작은 시련이 왔습니다. 처음엔 고쳐보려 애를 쓰다 나이 많은 노견 신장에 무리라도 될까 봐 결국 포기하고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적어도 네 번은 규칙적으로 안고 나가 마당에 내려놓으면 시원하게 제 볼일을 봅니다. 큰 볼일은 산책 때 보지요. 포기하고 나니 힘들어도 마음은 편합니다. 다만 안고 나가면 가슴에 무리가 되는지 "컥컥"거려, 무리 안 주고 안으려 합니다.


샐리와 보리 때문에 산책을 다녀야 하고, 주말이면 많이 걷는 코스를 택해야 합니다. 때로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그래 너희들을 위해 하는 일이 나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서로 조절해서 잘해보자!!" 강아지들이 잘 걸어서 때론 뒤쫓아가며 "좀 천천히 걷자~" 할 정도로 땀이 나게 걷습니다. 실외 배변을 시키는 덕에 저녁에 때로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감탄하기도 합니다

"샐리 덕에 이렇게 아름답고 큰 달을 만나게 되는구나 고맙다 샐리야"


닥치는 일들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서 그냥 견뎌나가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깨우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생활 명언은 현실에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내가 가진 생각이 전부인 세상에서, 내가 허락도 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를 끌고 낙엽들을 뿌리면서 가을이 당당하게 문턱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오라"고 초청한 적도 없지만, 가을도 제 입장에서 올 때가 된 것이니까 제 생각으로 성큼 오고 만 것입니다.

내가 그렇듯 가을도, 나 밖의 모두도 제 입장으로 나가며 사는 것입니다.


내(自我, ego)가 유일한 세상의 구심점이긴 해도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일을 반드시 내뜻대로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때로 우리는 당연한 진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견디며 넘어가든지, 때로는 넘어보지도 못하고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합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니 그냥 두는 게 낫다"라고 문제없이 지나가기만 바라고 견디기도 합니다.

지나가긴 지나가지만 내버려 두는 습성 때문에 나태해지고 의기소침해지며 때론 무기력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부딪혀서 좋은 건 없지만, 때론 생동감 있게 부딪쳐야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기도 하는 열정도 얻습니다.


열정은 사그라들 수도 있지만, "생(生)의 한가운데" 당당히 서있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친구입니다.

등한시하고 담담하게만 넘어가려는 노력은 발랄한 샐리를 보면서 천성을 누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샐리처럼 열정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누구에게나 처음인 세상이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인 세상은 반드시 지나가게 되어 있고 그저 견디며 지나가는 것으로 둘 것인지, 디디고 앞으로 나가는 디딤돌로 삼을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거창한 일은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늘 나에게 일어날 작은 일, 그것들이 때론 내 인생의 거창한 일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만물의 조화를 매일 경험하고 사는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은

견디기보다는 극복해 보는 것입니다.

결심해 봅니다. 오늘 아침, 지금 당장부터 내게 닥친 일들을 계단 삼아 앞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곁에서 바라보며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지 않고 다가오는 것들을 하나씩 밟고 앞으로 나가야겠습니다.

시련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극복(克服)하는 것입니다. 디디고 앞으로 나가라는 디딤돌이 시련입니다.

이겨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겨보라"라고 "극복해 보라고" 다가오는 것이 일상(日常)입니다.






p.s.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언제나 들어도 그립고 힘 있는 목소리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들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7SC9MZAFYA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서도 잘해요, 당당하게 시작하는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