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심었던 무를 캤다.
초록의 몸뚱이가 자꾸 올라와 속은 얼마나 더 컸을까
궁금한 마음에 비 온 후 얼기 전에 뽑기로 했다.
열개는 심은 것 같았는데,
지난주에 하나 뽑아 먹었으니 아홉 개는 돼야 싶은데...
세어보니 일곱 개였다.
이상하다 싶어 무 심은 데를 다시 보니 무청이 보였다.
"그럼 그렇지 하나를 잊었구나"
무청을 잡아당기다 눈을 의심한다.
무청은 있는데,
이 아이는 산삼 뿌리가 되었나...
저렇게 그대로 있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같은 땅에서 같은 물먹고 살았는데
옆에 있는 무에게 다 뺏긴 건진 모르겠다만,
여덟 번째 무는
제 몸뚱이의 몇 배나 되는 무청을 이고도
제 몸뚱이보다 수백 배 더 큰 무 옆에서
쪼그라든 기색 하나 없이,
당당히 살아 있었다.
어차피 누군가의 밥상에 올려질 무 아닌가!
아마도 저는 그리 끝내고 싶진 않았나 보다.
밥상 위의 반찬 무보다는,
바람처럼 한 세상 당당하게 왔다 가겠다는
당당 무로 살고 싶었나 보다.
무로 태어나 무구실도 못할 무지만
당당 무는,
갈수록 늘어지려는 인간에게
"웃지 마라!
비교하지도 마라!
너는 나처럼 끝까지 견딜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