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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Nov 23. 2022

낙엽落葉이야기

낙엽이 묻습니다


봄이면

우울했던 당신을 위해

분홍, 꽃웃음으로 생동하는 기쁨을 주었고

내리쬐는 햇살로 뜨거웠던

여름에는

푸르른 온몸으로 당신을 가려줬지요


이제

건드리면 바스러지는

마르고 거친 몸 되어  바람으로 흩날리는

영혼의 껍데기에 불과해졌지만,

밟혀 부서지고 뒹구는 몸뚱이라고

쓰레기 취급 마세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의 헌신은

내려앉은 잎이기에 부서져버린 몸이기에

생명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힘으로

재생(再生)됩니다.


나는

맨몸으로 겨울을 견뎌야 할 나무들을 위한

이불이 되어줄 것입니다

비를 맞으며 눈을 안고 삭혀갈 몸뚱이는

다시 찾아 올,

봄의 꽃들과 여름의 잎을 위한 거름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나는

이미 나를 위해 태어났던 존재가 아니었으므로

여한 없이 모두를 위한 거름이 될 뿐입니다.

물을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밥을 달라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한 일은

내가 피운 꽃을 즐기며

나의 그늘 아래 평화로이 거닐었던 것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나는

내 몸에서 난 것으로 자양분 삼아

당신 같은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고

한 세대를 마감할 이즈음 또다시

낙엽으로 회귀해 다가올 봄의 꽃으로 귀향할 것입니다.


채우려고만 살아왔던 당신도

낙엽이 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이미 낙엽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거름으로 거듭날 것인지

어떤 꽃을 새롭게 피우게 할 것인지

결국 당신도 모두가 낙엽임에도...

자신 있게 나를 밟고 걸어가는

당신은 어떤 낙엽으로 내려앉을 것인지를...




p.s. 어쩌면 낙엽이 좋아할지 모를 노래, 김연준 님 작사 작곡 "청산에 살리라"를 바리톤 오현명 님의 노래로 들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wWJdvsgx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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