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볼일을 봐야 하는
강아지를
서리 낀 현관문을 열고
하얗게 쌓인 눈밭 위에
내려놓고 기다리는 짧은 시간,
추워도 너무 춥다.
거친 바람은
눈을 훑어 다시 눈으로 뿌리고
며칠째 주인 없는 길냥이하우스 커튼만
차갑게 펄럭거린다.
이렇게나 추울 줄은 몰랐다.
예년같은 보온은 했건만,
삼한사온은 고전이 돼버리고
성탄전야의 은총도 아랑곳 않는 겨울왕국 속에 갇혀
묵묵히 견디고만 있는 나무들을
볼 면목이 없다.
강아지발을 닦아 들인 후
창고에서 보온재를 가져 나와
산딸나무 잔가지를 싼다.
신문지로 미니온실 속 로즈메리 윗가지를 덮는다.
몇 초 동안에도 손은 곱아 벌게지는데
혹한의 검은 밤을 온몸으로 지새울 아이를 생각하니
편히 잠들기가 미안하다.
봄꽃은 하얀 눈 속에서 잉태되었다 감히 노래했건만,
이 밤,
이 추위는
봄꽃을 안겨 줄 수나 있을까 싶다.
내년 봄,
여린 아이들이 눈을 뜨지 못한다면
마당의 생명들을 좀 더 배려 못한
게으른 내 탓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