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하늘로 오르랴마는
가을산은
한해의 영욕을 훌훌 털어버리고
벌거숭이 맨 몸뚱이로 푸른 하늘에 포근히 안긴다.
맨몸이라도 부끄럽지 않다.
걸친 것 없어 속살이 드러났어도 춥지 않다.
오히려
생채기로 엉클어졌던 육신이 드러나
몰랐던 스스로를 다시 볼 수 있다.
하늘은
상처로 얼룩졌던 벌거숭이 산을
애초에 제 몸이었던 양 품고
하얀 솜이불로 감싸며
함께 봄을 키워 갈 것이다.
차창밖의 가을산은
땅을 달려가는 ktx를 보며
하늘에 안겨 구름 위로 달려간다
산이 하늘로 오르랴마는
애초에 제 몸이었던
하늘로
구름으로
오르며 내리며 하나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