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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Nov 06. 2022

신밧드의 양탄자


한 여름 내리쬐는 햇살을

사방에 펼친 팔로 막아주었고

계절 내 수고로이 스스로를 다듬어가며

살갑게 곁을 지켜줬던 너였는데,

이젠

힘들었던 상처로 굳은살 베긴 나의 발바닥에게,

흩뿌려진 추억에 바스락거리며 말라가는 몸 자락까지

고마운 선물로 안겨준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인간의 욕심을

안타깝다 나무라기 전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들리는 것보다

듣지 못하는 것에,

귀 기울이며

마음 나눠야 함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가려는 듯,

제 몸마저 바스라 트려 공양 삼는다.


마침내

형언할 수 없는 색상으로 곱게 짜여진 단풍 양탄자는

한해의 시름을 날려버리고

하늘 저 멀리 어디엔가 있는

꿈의 램프를 찾아 주는

신밧드의 양탄자가 되어

나를 태우고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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