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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Dec 18. 2022

가슴으로 책 두 권을 낳았습니다.

 

 브런치는 평소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많은 분들의 꿈을 이루게 한 곳이다. 작가로서의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분, 글쓰기에 소질이 있고 평소 많은 글을 써온 분들에게는 분화구와 같은 역할을 해 준 곳이다. 나 역시 특출한 능력은 없으나, 평소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작가가 되겠다는 작은 열망을 품고 살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되고 세 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마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의 기쁨을 잊지 않으신 분들 많을 것이다. 합격 소식을 전해준 메일은 아직 보관함에 저장되어있다.  기뻤던 순간의 감격을 잊지 않고 늘 초심으로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잣대로.


연초에 올해는 책을 출간해 볼 결심을 세웠다.

단편으로는 여러 곳에 글을 올린 적도 있지만, 내 이름만으로 된 책은 아직 출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러 작가님들이 올리는 글 중에 출간 섭외를 받고, 출간을 해서 기쁘다고 소개하는 글들이 올라온 것을 본다. 부끄럽게도 아직 내가 쓴 글들을 출간해보고 싶다는 출판사의 제의는 받아보지 못했다.

출판사에서 제의할 때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팔릴 수 있는 어떤 메리트가 있는 글, 상업적인 가치도 볼 수 있는 글이어야 하건만 다수의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한 탓이라 생각했다.

출간제의가 없으면 어때, 스스로라도 책을 만들어보자 는 생각을 했고, 마침 브런치에서는 글수가 30편 이상되면 자가출판을 전문으로 해주는 "부크크"를 통해 출판이 가능 원고로 전환해 주기 때문에 그 특권을 누리기로 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브런치에 올렸던 시골 생활을 정리한 매거진 "마당 정원 이야기 하나 둘"의 글을 정리해 4월에 "흙이 주는 인생의 맛과 멋"을 출간했다. 얼마나 마음 뿌듯했는지 모른다. 감격스러운 소감을 브런치에 올리고 감사하고 격려도 받고 싶었으나 자축으로 보냈다. 출간제의를 받아 출판사에서 찍어내는 책 아니었기에 조금  위축되기도 했고,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즐거움속에 넣고 계속 글을 쓰고 책도 내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8월에는 매거진 " 버리는 힘 채우는 시작 올라가는 인생 면역력"을  "버리는 힘으로 올라가는 인생 면역력"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책을 출간했다. 출판사에서 홍보 영업활동을 하는 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는 부진하지만, 그래도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책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쓰기만 했던 것에서 하나의 책으로, 작품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는 사실로 적잖은 감동을 얻었다. 물론 책으로 나온 후,  다시 보니 교정할 것도 많고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하기도 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브런치를 시작했으므로 그저 마음으로 쓰는 것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나의 브런치에 이미 많은 구독자분들이 찾아와 공감을 했다면 파랑새를 갈구하는 마음은 적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채워가려는 마음이 조금 더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브런치의 파랑새는 나를 더 훈련시키고, 가슴속 깊숙이 잠자고 있던 작은 감성들 하나하나를 끄집어내어 준다. 나의 파랑새는 어디에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오늘 파랑새가 날아올지 내일 날아올지 모르지만, 내 마음속의 파랑새는 파아란 꿈을 찾아 항상 날아다닌다.


글을 쓰는 것은 지난한 인생길의 수련을 위한 과정이기에,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는 여정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음미하며 누리고 함께 가는 것을 맛보는 것이다. 혹시라도 필자와 같은 고민에 잠시라도 빠져본 적이 있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있다면 항상 작가님의 곁에 있는 파랑새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날아오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날아오고야 말 작가님의 파랑새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그 파랑새는 작가님의 가슴 아래 깃들여 있는지도 모른다. 날 수 있는 세상으로 보내주길 기다리면서...


올 한 해 나를 찾아온 파랑새는 책을 출간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꿈은 이루어진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월드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출간하겠다는 꿈은 이루었으니, 이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나가는 것이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 같은 두 권의 책은 시작에 불과하다. 가슴으로 경험으로 그리고 함께 하는 마음으로, 쓰는 진심은 다시 책으로 나올 것이다. 언젠가는 다른 이들이 앞다투어 출판을 도와 줄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새 한해를 마감하는 12월도 마지막 주를 향해 간다.

습관처럼 올 한 해 무엇을 했나 돌이키게 된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습관보다는 책임감이 앞서는듯하다. 

그리고 그 책임감은 스트레스를 주는 책임감이라기보다는 나를 깨우치는 즐거운 책임감이다.

사명감도 아니고, 봉사심도 아니다. 그냥 자신의 성정에서 나오는 무게감을 그냥 두지 못하는 책임감이다.

어쩌면 브런치 작가라면  운명적으로 업고 가야 하는 "써야 한다"는 즐거운 무게감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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