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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Dec 28. 2022

따로 또 같이

감사드립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생긴 모습은 물론 생각하는 것, 습관 하나까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호흡하는 모든 것들은 같은 것은 없습니다.

눈을 들어 잠시 밖을 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다니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저는 그곳에 없습니다.

여러분도 거기 계시지 않군요.

생명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생명 없는 것들도 같은 것은 없습니다. 강가에 널브러져 있는 돌 하나도 똑같이 생긴 것은 없습니다. 마당의 꽃과 나무는 같은 이름을 가진 것이라도 다른 모습으로 뽐내고 살아갑니다.

떨어져 있는 쌓여있는 낙엽도, 심지어 하얗게 온 세상을 흰 솜뭉치로 덮은 눈조차 가까이 보면 쌓여있는 부분이 다릅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다른 생각을 하는 생명과 무생물까지 어울리며 이어오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살아가야 만 할 중요한 이유어쩌면 거기에서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것들이지만 공존共存하고,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도 엮이며 끓기지 않는 이어짐을 해온 역사歷史의 일원으로 충실해야 할 운명...

그럼에도 살아가는 동안의 많은 고통은 나와 같지 않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일어납니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저 순간순간 이해할 때 나와 상대방을 보듬어 주면서 다시 힘을 얻어 나가는 것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 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 노력할 뿐입니다.

힘들여 생각 말고,  다른 것끼리 살아가는 세상이 오늘날까지 이어온 놀라운 현실에, 미진과 같은 부분이라도 담당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끼며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강아지들도 그렇습니다.

한 집에 살다 보면 서로 닮아가는 점도 많지만 그래도 자유의지를 가지고 사는 아이들 각자의 개성은 바꿀 수 없습니다.

샐리, 보리, 승리는 품종도 다르지만, 개성도 아주 다릅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승리와 샐리는 비슷한 부분들은 많습니다. 식탐이 강하매사에 관심이 많고 주인을 향한 충성심도 강합니다. 그럼에도 여유를 부리는 면에선 또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보리는 소심한 성격대로 항상 한걸음 뒤쳐집니다. 불러도 별다른 대꾸 없지만 어느새 옆에 와 있기도 합니다.

아침 식사를 맛있게 한 후 편안한 자세로 선호하는 자리에 드러누워있는 세 녀석을 찍어 봅니다.

"샐리야 보리야 여기 봐 ~"

포즈를 잡기 위해 불러 봅니다. 부지런한 샐리는 다정한 모습으로 쳐다봅니다.

꼬맹이 승리는 짧은 목을 치켜들고 봅니다.

몇 번을 불러도 보리는 제 보고 싶은 대로 마당을 응시할 뿐입니다.

요즘은 강아지 사진도 예쁘게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해주고 까까를 주면서 "가만히 있어~" 하고 사진 찍는 모습도 흔합니다만, 애초에 저는 포기했습니다. 세 녀석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란 참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도 저희들이 보고 싶은 곳을 보면서 자유롭게 포즈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포즈라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겠지요.

들리지 않는지, 들려도 상관없다는 건지 마당을 응시하고 있는 보리는 너무도 당당합니다.

샐리와 승리가 다정하게 쳐다보는 것은 혹시라도 까까를 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 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너무나 당당하게 하고픈 대로 한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오늘을 맞이하는 모습이 우리 강아지들의 일상이고 그 아이들을 찍는 가족의 일상입니다.


"따로 생긴 것들이 또 같이 가는 길""오늘"입니다.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축복)이다"는 경구警句가 진심으로 와닿는 것은

제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오늘이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보내며 브런치독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어디서 어찌 지내시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하는 "따로 또 같이"

정다운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 따뜻이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도 계획하시는 일들 이루시며

브런치를 통해서 더 자주 뵙기를 기원해 봅니다.






p.s.  고운 우리 가곡,  조영수 님 시 김동진 님 곡의 "목련화"를 테너 엄정행 님의 목소리로 들려드립니다.

지금은 하얀 눈 속에 갇혀 있지만 곧 피어 올라오고야 말 모두의 목련화를 기대하면서...  


https://www.youtube.com/watch?v=VqIcHD8eq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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