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Feb 23. 2023

취미론趣味論의 딜레마

적당하기에 취미라 부를 수 있다...


현대인에게 취미는,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가는 긍정적인 행동의 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취미에 몰두하다 보면, 때로는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과 기왕이면 잘해야지 하는 경쟁심리까지 작용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야기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경우도 매사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은 성격이라 이것저것 시작해 몇 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다!!"라고 자랑할 만한 특기로 내세우긴 부족해 가끔 스트레스도 받긴 합니다.


취미는 개개인의 성격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 어느 정도 결과를 봐야 하는 사람, 끈기 있고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 적당히 즐기는 사람, 그러고 보니 저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욕심은 많지만, 노력은 그에 걸맞지 않은(안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적당히 즐기는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취미로 배운 것을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일에 적성이 너무도 잘 맞는 경우든지, 노력한 이상으로 소질 있고 성과를 얻게 된 경우겠지요. 타고난 소질도 있었기에 여태껏 발견하지 못했던 특성을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취미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행운입니다.


취미로 미술작품 감상하는 것을 좋아해 스케치와 유화도 배마음 내킬 때마다 짧은 스케치도 즐깁니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공연 보는 것도 즐깁니다. 오페라 아리이야 따라 부르기 힘들지만, 가곡은 예전 LP판 전집까지 구매하고 늘 듣기도 해 따라 부르는 곡도 꽤 많습니다. 그래도 목소리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법, 듣는 귀가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했지만 참여도 하고 싶어 플루트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몇 년을 배워 제법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풀르트를 어느 정도 불게 되면서 현악기에 대한 욕심도 있어 마침 집에 첼로도 있기에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릴 때 좋아했던 악기는 바이올린이었지만, 현악기에 대한 꿈을 이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장을 위해선 연습과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아름답고 깊이 있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지요.

오죽하면 천재 에디슨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라고 했을까요...  

유명한 마에스트로 레오나드 번스타인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들이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 연습에 대해 대가들의 예를 든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고 생활이지 않은가?"

맞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분들은 그 경지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당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분들이지요.

저의 어쭙잖은 취미생활에 그분들을 끌어드리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금세기 첼로의 대가 파블로 카잘스는 아버지한테 13세에 바흐의 무반주 협주곡을 선물 받은 후 꾸준히 연습해 25세에 연주를 했고, 연주한 지 47년이 지난 1936년, 그의 나이 60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녹음을 했다고 합니다...

96세로 타계한 카잘스는 연습광으로도 유명합니다. 당시 어느 기자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미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이신데 왜 매일 열심히 연습을 하십니까?" 카잘스는 젊은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건 나의 연주실력이 아직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오."...

늘 들어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카잘스의 무반주첼로 모음곡, 스즈끼 4권에도 있는 제1번 중 미뉴에트를 연습할 때 저는 스케일대로 했지만 "같은 곡이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를 깨닫게 한 가르침의 곡이었습니다. 만약 음반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들어보지 못했을 곡이고, 첼로를 조금이라도 배웠기에 곡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는 연주곡입니다.


저는 대가들의 내면에는 직업이나 생활과 다른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소명감과 사랑입니다.

위대한 음악가로 (음악만 예를 드는 것은 아닙니다만) 평생을 생활해 왔지만, 음악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늘 함께 하고 싶기에, 어쩌면 그 끝의 경지를 찾고 싶어서(우리 생각으론 녹슬까 봐 염려되기도 하는) 끓임 없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대가들의 몰입의 바탕은  사랑입니다.

목표하는 대상에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몰입하는 사랑입니다.

이런 위대한 분들이 있기에 오늘날 저 같은 사람도 마음의 휴식을 얻으며 귀를 호강시키고 취미생활을 조금이라도 열심히 해보게 하는 동기부여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지랖 넓게 한 가지도 제대로 잘하지도 못하면서 두 가지 악기나 끼고 산다는 것은 욕심이고 어찌 보면 한심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악기를 직접 만지게 되니  음악에 대한 이해도와 사랑이 더 자라 간다는 점입니다.

예술에 대한 사랑을 배워가기도 합니다.

취미 생활로 인한 참여의 묘미입니다.

높은 수준의 경지에 못 가더라도 만족스러운 이유니다.


저의 음악취미생활은 계속되지만

아직 "적당한 선의 전문가"도 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오늘은 연습해야지...

매일이 안되면 일주일에 두어 번씩이라도 연습하자..."

"연습과 노력"은 전문가들의 능력을 고취시키는데도 필수지만 저 같은 문외한이 사랑하는 예술활동을 조금씩 성장시켜 주는 물 주기와 같습니다. 한 번이라도 연습을 하면 다음날 연습 시에는 확실히 부드러워짐을 느끼게 되지요. 좀 더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 남들을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취미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연습은 필수기에, 취미가 연습의 굴레로 인한 스트레스를 야기시킨다면 취미를 그만둬야 하나 싶지만, 저는 이런 스트레스는 "건강에도 필요한 스트레스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연습"이 스트레스가 아닌 늘 보고 싶은, 함께 하고픈 벗으로 만들어 가보려 합니다.


인생길 가는데 정답은 없습니다.

성공한 많은 위인들이 자신들의 길을 자랑하지만, 그건 그 사람에게 맞는 적합한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길이 반드시 나의 길에도 맞는 길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삶의 길은,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난 모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는 특권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게 말입니다.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각자만의 특성으로 장식하며 살아가는 생명의 길, 그럼에도 혼란 없이 세월의 배에 올라타서 각자의 길로 항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한 일인지 모릅니다.

항해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다양성과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공경이지요... 다양성을 인정하기에 조화가 됩니다. 이런 조화가 있기에 세상은 살아갈 만한 멋과 가치를 부여합니다.

취미는 가보지 못한 길의 꿈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때론 이것저것 저지르고 끝(사실 우리는 끝, 수준, 결실의 한계가 어딘지도 모르지만...)도 맺지 못하는 유약함에 절망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다시 도전하게 되고 노력도 하게 됩니다.

고달픈 현실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꿈의 문을 열어주는,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을 해 보는, 몰랐던 즐거움을 새롭게 얻게 되는 취미를 한 가지라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문화 예술은 물론 매사에 대한 관심으로 다져지는

취미는 인생에 향기를 불어넣어 주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생각이 담뿍 드는 아침입니다.



p.s.  

취미란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유의어) 관심, 낙, 심미안 (네이버 어학사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