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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an 13. 2023

길냥이 가출사건 전말 2


우리 집 강아지는 너무 개 같다.

개답다.

제가 사람인 줄 알고 산다.

집안에서도 사람만 쫓아다닌다.

우리 집에 깃들어 있는 길냥이들은

너무 고양이 같다.

참말 고양이다.

사방의 모든 공간이 제세상이다.

들낙 날락이 저의 천성인 양

"왔냐?" 하면, 어느새 나가고 없다.


집사가 고양이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집사를 택하는 것이라는데

나는 고양이들에게 택함을 받은 것인가?

잠시 들러가는 정거장의 역할을 부여받은 것인가?


나의 길냥이는

우리 집을

따듯한 계절엔 식당으로 여겨 들르곤 했지만

추운 이 계절엔 몸 녹일 제집으로 여기나 보다.

데크에 쪼그려 앉아

제법 자란 아기냥이들이 활달하게 뛰 다니는 모습을

지그시 눈감고 바라보며 모성의 특권을 누리는  

근심이 없는 어미 냥이다.

한 번씩 들러 가족 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며

"네가 밟는 땅이 곧 네 집이다"를 가르치는

아비역할을 톡톡히 하는 아비 냥이다.


길냥이 수명은 2년에 불과하다지만,

새끼 때부터 어미와 함께 왔었던

깜냥이는 얼굴 본 지 삼 년이 넘었다

정도 정이지만,

이번 가출 후 불러진 배는 또 다른 근심을 안겨준다.

아직도 삶이 어설픈 나에게,

"자유로운 삶엔 그만한 대가를 각오하고 사는 것"이니

염려 말라고 한다.


오지도 않은 염려를 사재기해

사방 늘어진 미련의 끈으로

칭칭 감고

하루를 이어가는,

명색이

자유를 갈구다는 인간에게

"잘라 버리는 것이 너의 자유 아닌가?"를 가르치고 있다.



온 가족이 오붓하게 모여 식사 중 아빠냥이는 흐뭇한 듯 쳐다보고 있다

만난 냥이들 중에 가장 넉살이 좋은 누렁이, 온 동네 암냥이들을 임신시키고 다니는듯하다.

아버지와 아들? 딸? 냥이 / "네가 다니는 곳이 네 집이란다"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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