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길냥이 세 녀석은 배가 부른 지
담벼락에 깔아 놓은 사과박스 위로
온몸을 비비며 햇살을 즐긴다
배불러온 에미는 몸이 불편한지
미지근한 물을 한참 동안 헐떡거리며 마시곤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쉬고 있다
아비 누렁이는 마누라와 자식들 지키느라
하우스 앞 깔아놓은 스티로폼 위에서
새끼들과 어미를 번갈아 보고 있다
집안의 강아지들은
거실에 깔아놓은 이불속에서
소파 위의 담요 안에서
책상아래 마련해 둔 제 집에서
하품하고 졸면서도 마당을 감시하고 있다
책상 앞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나도
강아지도
길냥이도
다른 모양으로 생긴
각자의 휴일을 느긋하게 즐기며
생명 있는 것들에게 주어진 흐름의 감각을 타고
순간의 퇴색 위에 다져져 올라가는
999호 승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