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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un 21. 2023

떠 있는 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배우며


생각을 끄집어 올리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여러 말이 필요 없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배의 사공일뿐만  된다.

깊이도 넓이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바다에서

돗조차 허락되지 않은 작은 나무배에

크게 저을 수도 없는 손바닥 노를 가지고

이쪽저쪽으로 물살을 일으켜 앞으로 나가고자 해도

작은 배는 한 자리를 맴돌 뿐이다.


이럴 때면 생이라는 크고 넓고 깊은 늪의 바다에

온전히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가라앉지 않고

그저 떠 있을 뿐이라도...


깃들다 머물러버린 작은 배는

파도 삼켜지고 말 지라도 떠 있다.

떠 있을 뿐이다.

바다가 얼마나 깊고 푸른 심연의 웅덩이 인지도 모른 채

그저 떠 있을 뿐이다.

손바닥 노가 떨어져 나갈지라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나그네의 배는 한자리를 맴돌 뿐이다.


떠있다는 것은

아직은 어디론가 갈 곳이 있음이요

떠있다는 것은

아직은 바다가 삼키지 않았음이다.


떠 있는 배안에서 쉼을 배워야 한다.

한 가지는 알고 있다.

느끼는 것 순간이라는 것.

바로 전의 과거

지금의 현재도 

아직은 잡지 못한 미래도

순간의 덖음이고,

흐르는 시간은 순간마저 삼켜버린다는 것을.

그러니

사라지는 순간까지 찾아가는 과정을

너무 애달파할 일도 아니다.

사색이 멈춰지고

고뇌가 표출되지 않다면

가만히 떠 있으면 된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떠있는 배가 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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