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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Feb 27. 2023

나는 밥집 아줌마입니다.


작은 마당을 끼고 있는

우리 집은 나그네들의 밥집입니다.


이른 아침, 해가 오르기 무섭게

길냥이 세 아이는 창문마루턱을 왔다 갔다 하며 그림자를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 먹을 시간이에요"

날렵한 몸짓에 맞춰

"야아~옹"

세 아이는 동그랗게 눈을 모은채 아침인사를 합니다.

간밤을 어디서 보냈든지,

밥 집에 들러 아침을 챙겨야 하루를 열기 때문입니다.


세 아이는 올겨울까지 함께 지내던 아기 삼 형제입니다.

보리 눈 다친 후, 없어져 버린 집을 떠나

어미는 아마도 다른 곳에서 보금자리를 튼 모양입니다.

미안하고 아쉬워할까 봐...

집을 떠난 후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밥을 먹고 갑니다.

엄마는 밥 주는 생명체기에...

사람엄마,

마음의 짐 덜어주려 찾아오는 모양입니다.


깜냥이 2, 삼색이, 콧수염, 세 아이는 늘 함께 다닙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함께 찾아온

세 아이의 밥그릇을 채워주고,

얼어붙은 물그릇을 비워  따뜻한 물로 채웁니다.

길냥이 삼 형제는

아침을 거뜬히 해치운 후

어디로 출근하는지

총총걸음으로 날아 하루 속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밥집아줌마입니다.

길냥이 밥그릇을 채우면 마당 저편 앵두나무에 벌써부터 앉아 있던 새들이 부릅니다.

"찌륵 찌륵~~ 짹짹재잭~"

"여기~ 우리도 있어요~"

오래된 항아리 밥그릇 위에 묶은 곡식 두어줌 올려 줍니다.

마당 잔디 위로도 "휘리릭" 한 줌 뿌립니다.

돌아서기가 무섭게

무리를 이뤄 모이를 먹습니다.

잔디 위에 뿌려진, 시간 간식도 넉넉히 찾아 먹습니다.


이제 막 삐죽거리며 나오는

수선화튤립도 목마름을 호소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마당의 조용한 생명들에 추운 아침입니다.

여기저기서 움터오는 봄기운의

다정한 눈빛으로 아침밥을 대신하며

건강히 올라오기를 기도해 봅니다.

 

네 것 내 것 없이 엉클어져 이어지고 나눠가는,

마당곳곳의 다양한 친구들이야말로...

어느 때에라도 본연의 향기를 펼치고

가난한 자유라도 감사히 만끽하며

청빈한 삶을 엮어가는

마당의 진정한 주인들입니다.

이기심으로 지친 인간에게도

아낌없이 쉼을 나눠주는

고마운 벗들입니다.


나는

오늘도

고마운 벗님들에게

소박한 아침 한 끼 대접하는 기쁨으로

하루 문을 활짝 열어가는 밥집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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