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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r 23. 2023

비 오는 날 아침 단상

순응順應


내리는 비가 먼저인지

받아들이는 대지가 먼저일지

표현도 못할 반가움

온몸으로 껴앉는 마른 초목이 먼저였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는 내리고

대지는 받아들이고

살아있는 초목들은

몸을 내어준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하나 됨을 경험하는 비 오는 아침이다.


조근조근 내리는 봄비는

몇 달간의 갈증을 하룻밤새 축여준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나조차도 처음부터 이들과 하나였던 것처럼,

사부작거리며 내리는 빗속에서

풍경으로 다닌다.


꽃이 먼저 나오는 나무도 있고

잎이 먼저 나오는 나무도 있다

꽃도 잎도 져버린 후엔 알지 못했을 사실이다.

따지고 보는 눈들이 있기에 알게 된 사실에 불과하다.


나아갈 길이 지나온 길같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겪어온 생각에 불과한 인간의 억측으로

좌로든 우로든 갈라 질뿐이다.


아무리 오랜만에 내려오는 비라도

원망 않고 받아들이는 대지처럼

단 한순간만이라도

걸어온 길이나,

가야 할 길에,

토 달지 않고 순응하며

하나 되는 기쁨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순전純全한 자연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흐림 속에서도 따사로운 햇살 품고 있는

오늘 "하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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