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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opera
Apr 05. 2023
꽃비, 꽃눈, 봄비, 사랑비.
꽃비가 내린다.
연중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는
꽃비는 귀함에 비해 소박하다.
강아지들과 꽃비를 맞으며 산책을 한다.
지금 맞는 꽃비는 일 년을 살찌워줄 것이다.
씁쓸한 마음을 분홍빛
달콤한 사랑으로 채워 줄 것이며 행운과 기쁨을 가져다줄 꽃비다.
우산도 없이 온몸으로 내리 맞는 꽃비는
강아지들에게도 내게도
사는 건
이런 것이다
를
받아들이게 한다.
다가오는 것들을 거부하지 않으며
떠나려는 것들을 붙잡으려 애쓰지 말라고 한다.
물과 같이 내리는 꽃
비는
담담하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소중하다.
꽃비는 내리고 흘러도 강으로만 가지 않는다.
산으로
대지
로 돌고 돌아
제 몸의 거름으로 다시 돌아갈 뿐이다.
꽃눈이 내린다.
봄날 내리는 꽃눈은
녹지도 못한 채
하늘로 날아올라
상처받은 거리를 연분홍 새 살로 덮어준다.
꽃눈은 하늘로 땅으로 사방으로 제 몸뚱이를 날려가며
지나간 날들도, 돌아올 날들도 하나로 아우른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대지를 떠나기가 아쉬운
서러움도
뒤로 한채, 소복이 쌓
여간
다.
봄비가 내린다.
바람과 함께 달려온 봄비는
꽃눈도 꽃비도 삼켜버리고
막 얼굴 내민 수선화와 튤립의 목대도 꺾어버린다.
돌아보니 빗속에서 노랑목단이 활짝 웃는다.
오매불망 일 년을 바친 그날이
"비 오는 오늘이었던가?" 싶게 말이다.
어제까지도 붉은 입술을 보이지 않던 금낭화는
흔들리는
목소리
로 말한다.
"오늘이 생명의 봄비 오는 날이라 죽어도 좋다고..."
사랑비가 내린다.
대지의 생명들에게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하나이고 싶었던 봄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기라도 할 듯,
다가올 계절의 시작과 고난과 행복이라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듯,
생기 가득 머금은 사랑비를 온종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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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봄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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