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Apr 05. 2023

꽃비, 꽃눈, 봄비, 사랑비.


꽃비가 내린다.

연중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는

꽃비는 귀함에 비해 소박하다.

강아지들과 꽃비를 맞으며 산책을 한다.

지금 맞는 꽃비는 일 년을 살찌워줄 것이다.

씁쓸한 마음을 분홍빛 달콤한 사랑으로 채워 줄 것이며 행운과 기쁨을 가져다줄 꽃비다.

우산도 없이 온몸으로 내리 맞는 꽃비는

강아지들에게도 내게도

사는 건 이런 것이다받아들이게 한다.

다가오는 것들을 거부하지 않으며

떠나려는 것들을 붙잡으려 애쓰지 말라고 한다.

물과 같이 내리는 꽃비는 담담하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소중하다.

꽃비는 내리고 흘러도 강으로만 가지 않는다.

산으로 대지로 돌고 돌아

제 몸의 거름으로 다시 돌아갈 뿐이다.


꽃눈이 내린다.

봄날 내리는 꽃눈은

녹지도 못한 채 하늘로 날아올라

상처받은 거리를 연분홍 새 살로 덮어준다.

꽃눈은 하늘로 땅으로 사방으로 제 몸뚱이를 날려가며

지나간 날들도, 돌아올 날들도 하나로 아우른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대지를 떠나기가 아쉬운

서러움도 뒤로 한채, 소복이 쌓여간다.


봄비가 내린다.

바람과 함께 달려온 봄비는

꽃눈도 꽃비도 삼켜버리고

막 얼굴 내민 수선화와 튤립의 목대도 꺾어버린다.

돌아보니 빗속에서 노랑목단이 활짝 웃는다.

오매불망 일 년을 바친 그날이

"비 오는 오늘이었던가?" 싶게 말이다.

어제까지도 붉은 입술을 보이지 않던 금낭화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이 생명의 봄비 오는 날이라 죽어도 좋다고..."


사랑비가 내린다.

대지의 생명들에게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하나이고 싶었던 봄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기라도 할 듯,

다가올 계절의 시작과 고난과 행복이라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듯,

생기 가득 머금은 사랑비를 온종일 뿌리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