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봄이라고 쉽게 오겠는가
"나 여기 있소"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소" 하며
달려올 수 있겠는가.
지금 여기 있는 겨울도
일 년을 기다려 이곳에 온 것을 알고 있는
봄이 말이다.
저도,
오는 새가 무섭게
등 떠밀려 갈 것이 뻔하기에 주춤주춤 거리를 두고 있다.
밀려가는 겨울은
어제는 수선화촉을 내밀어 놓고도
오늘 아침엔 오그라들여 얼려버렸다.
질세라,
봄은 온기 머금은 손으로 열린 촉을 녹여 펼쳐준다.
밀고 당김이 분명하다지만,
겨울은 봄의 좋은 벗이다
봄은 겨울의 남은 벗이다.
쉬이 얻어지는 것이 무엇하나 있을까.
지금의 고통은 지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일의 행복을 위한 거름이 될 수도 있고
내일마저 고통으로 끌고 가는 서글픔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주어진 오늘 하루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일이다.
마른 몸이라도
하루에게 온전히 맡기고
하루가 맘껏 주무를 수 있도록 허락하면 된다.
어제 강가에서 주어온 작은 돌,
마당 한편에 세워두니 제 모습을 찾는다.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이었을지 모를
이리로 저리도 구르고 닳아버린 몸뚱이...
크고 아름다운 이웃들에 치여
물가의 낙엽처럼
물속으로 땅속으로 들어가 사라졌을 돌아이는
어느 하루에
저를 찾아 봐 준 사람에게 불려 와
마당 친구들의 일원이 되었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삶의 그물 속 고운 결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애달파할 것은 하나도 없다.
시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함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180도 한 번에 담지 못하는 시야의 모자람을 긍정하고,
떠나갈 겨울도
다가오는 봄도
마당을 가르며 올라오는 생명체들도
하나임을 감사하며
소소한 하루를 열어갈 뿐이다.
p.s. 문 앞의 봄이 김동환 님 시 김규환 님 곡의 "남촌"을 테너 엄정행 님과 소프라노 강혜정 님의 목소리로 들려 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uL4GQmNYpg
https://www.youtube.com/watch?v=hepBkWQN0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