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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Feb 06. 2023

묵은 김치 2

묵은 김치는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오래된 김치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금방 담은 겉절이 김치처럼

노란 속살이 고소했던 김장김치처럼

맛있는 김치는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나와

언제까지라도

맘께 있어 줄 것 같았던

어머니였지만

오래된 김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때 돌아보니

곁에 계시지 않는다.


그래도 사랑을 받고 살아

소중한 분들이 나눠준 김치를

고마운 마음으로 익혀

해가 지나 열어보니

나는

만들지 못한

어머니의 손맛을 불러오는 맛있는 김치가 되어있다.


이 김치는

사랑으로 담그고

시간으로 버무려

견뎌온 일들로 익어 온 김치다.

다져졌던 아픔과 진득한 그리움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간 세월과 함께

깊고 맛있는 향기로 배어진

묵은 김치가 되었다.


한 잎 뜯어

먼저 입에 넣어 주시던

어머니의 사랑

묵은 김치는

잠든 나의 배를 쓰다듬으시며

먹지 않아도 배부르시다던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의 

내리사랑까지 불러

함께

그리움의 간이역으로 이끄는 전령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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