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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an 06. 2023

길냥이 가출사건 전말 1


그러고 보니,

깜냥이는 분명 "가출냥이"였던 것 같다.

보름 전 혹한이 몰아칠 때,

새끼까지 데리고 갑자기 나가버려

야단친 죄책감에 미안했던 마음 염려로

모두의 감성에 불씨를 지피게 했는데...


새해가 시작되던 날 돌아왔다.

반가움에 몇 번이나 밥을 주고 따순 물을 챙겨주니

몇 주 굶은 후 이제야 배를 채웠다는 듯

하우스에서 평안한 밤을 보냈다.

어디얼어 죽거나 굶어 죽진 않았을까 하는

우리 맘과는 상관없이

고양이는 고양이다.

얼마를 굶었는진 모르지만,

첫날은 하악질도 제대로 않더니

다음날엔 우렁찬 하악질로 "나 여기 있소" 한다.

가출하고 온 후엔  손 안의 사료도 먹는다.

집 나간 후 세상 험한 것을 또 하나 배웠나...

집이 최고라는 걸 알기라도 한 듯...


하룻밤을 보내고 안전하다고 느껴서였을까.

그날저녁 어디 감춰뒀었는지

새끼 세 마리,

삼색이와 아기 깜냥이, 흰 깜냥이를 데려왔다.

네 마리였던 것 같은데...

한 마리잃었나?

제 몸 보호는 물론

새끼까지 잘 보호하고 돌아와, 기특하고 고마워

밥은 물론 간식까지 챙겨본다.

깜냥이는 곁에 가도 상관 않고

아기들은 데크밑으로 숨었다가 먹으러 나온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정원꽃밭에서

일찍 배를 채운 아기냥이들이

구석구석 헤집으며 놀고 있다.

강아지들의 짖음을

마치 경쾌한 음악리듬으로 생각하는 듯 ~

"어려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기라도 하듯 ~

보온재로 쌓인 나무를 오르기도 하고

마른 꽃잎 냄새도 맡고 다닌다.


보리와 승리, 샐리에게

"신경 쓰지 마 ~~"

말하는 스스로가 우습다.

밖으로 나가며 대문 잠글 때면

"잘 다녀오세요" 인사라도 하듯 빤히 쳐다보고 있다.

집 나갔던 길냥이는

뻔뻔하게 당연하게 언제 그랬냐는 듯

집마당, 지키는 주인행세를 톡톡히 하고 있다.

집안, 지키는 강아지들도 짖는 본성을 가눌 수 없다.

밖의 냥이들이야 맘껏 자유로이 즐긴다지만

강아지 세 녀석이 받을 스트레스도 은근히 염려된다.


보이든, 보이지 않던

서로의 존재특성을 이해해야

공존할 수 있건만

본성本性이 무엇이길래,

나가도 걱정, 들어와도 걱정

그러고 보니

사람 문제다.


새끼들 밥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한 어미마음

창문 열면 안녕 인사하는 아기냥이들

안녕히 다녀오세요 인사하는 아기 냥이들

정원을 헤집고 다니는 삼색이 / 마당을 바라보며 짖어대고 감시하는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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