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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opera
Apr 04. 2023
봄은, 한 뼘 마당에서도 생명을 나눕니다.
마당을 돌본다지만,
마당에게 돌봄을 받는 아침입니다.
어제가 언제였나 싶게 하룻밤새 변모하는 마당입니다.
작고 큰 여린 생명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현실은
욕심으로 놓쳐졌던 소소한 일상을 일깨워 줍니다.
때론 백 마디의 말보다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여유로운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고마운 가르침을 줍니다.
한 뼘 작은 공간이라도 놓칠세라 자기만의 색으로
함께 노래하는 생명의 향연이 펼쳐지는 봄마당입니다.
눈에 보이는 빨갛게 피어난 튤립,
이제 막 봉오리를 터트리려는 노랑 나리꽃,
부지런했던 하얀 수선화는
남은 계절을 보이지 않는 미래에게 바칠 요량으로
짧았던 한 생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앞의 어린 산딸나무는
지난겨울 모진 추위에도 송골송골 알
품고
견디더니
이제 막 입을 벌리고 내 보내려 준비 중입니다.
무심해 보이는 대지 속에선
제피란서스와 백합...
굳어진 몸으로도 견딘
구근이 움트고 있습니다.
보이는 생명과 보이지 않는 생명들은
생명의 맛을 알기에
봄의 절정을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새로운 얼굴도, 떠나는 얼굴도 뭔가 익숙한 모습입니다.
한 해를 기다렸던 짝꿍들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교감했지만
이제 보이는 세상에서
짧은 기간 동안 얼굴을 맞대며 정을 나눈 후면
다시 긴 동면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봄에는
봄이 주는 생명(生命)으로 충분합니다.
어쭙잖은 글로
생명의 봄을,
봄과 함께 하는 생명들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교만일지도 모릅니다.
오는 꽃이던 가는 꽃이던
소중히 볼 수 있는 마음만이라도
아직은 놓치지 않고 있음에 고마울 뿐입니다.
봄이라서
봄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부족한 작가에게
봄이기에
글도 사진도 표현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마음까지도
활짝 벌린 가슴으로 안아주며 생명을 나누어 줍니다.
만남과 이별이 하나처럼 어우러진 마당 한 귀퉁이
금낭화가 어느새 꽃을 맺혔습니다.
누구도 모르게 맺힌 하얀 목단꽃몽오리
어느새 활짝 자라 고개 숙인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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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생명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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