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42화

by opera



2023년 4월 25일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약간 쌀쌀한 날씨다. 바람은 없다)


모처럼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마음도 차분하다.

데크 위로 통통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이 자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에 조용히, 멍 때릴 수 있는 순간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물론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마당을 둘러보니 비 오는 날이면 나보다 더 바쁜 것이 초목들이다.

내리는 비를 거부하지 않고 어떻게든 제 몸으로 끌어들이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스며드는 빗물은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걸 아는 마당의 생명들은 나눔을 익혀왔고 베풀 줄 안다. 아니 땅속에선 서로가 엉키어 한 몸이다.


반가운 아이가 보인다.

심은지 하루 만에 냉해를 입어 꽃 봉오리 몇 개를 잘라 냈던 수국이, 빗방울 머금은 발그레한 얼굴로 인사하고 있다.

두 송이가 활짝 피었다.

얼었던 아이들 목대 자르고, 섞여 있던 아이들도 자르려다 그냥 두었는데, 그 아이들이 힘을 내어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잘랐던 목대에서도 새 잎들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었다.

하루 만에 가버려 너무 서운했지만, 뿌리가 죽지 않았기에 다시 산 것이다.

언 잎도 자르고 기다렸던 것인데 이제 정착했다고 신고하는 것이다.

기다리길 잘했다.

당장은 죽은 것 같아 보여도 기다려 봐야 안다.

부엌앞쪽 배롱나무와 팥꽃나무는 오늘도 소식이 없다.

작년 가을부터 시들했던 데크 쪽 커다란 공작단풍도 죽은 것 같다.

그래도 올해는 두고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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