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87화

by opera



2023년 7월 3일 월요일

(더운 여름의 평범한 날. 덥다)


이번 주는 간간이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장마가 시작이니 그렇겠지만 작년처럼 국지성 호우로 피해 보는 곳은 없었으면 좋겠다.

마당과 더불어 살다 보니 비가 와도 안 와도 걱정이다.

때론 '스콜'처럼 하루에 한 번 정도 필요할 때만 쏟아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각각의 장단이 있으리라.

앞 집 지인이 주셨던 도라지꽃, 키가 부쩍 크고 동그란 모양의 꽃봉오리를 맺더니 아침에 보니 활짝 피었다.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연두, 보랏빛으로 물들어 동그랗다고 할까? 사각이라고 할까? 아니 어찌 보니 옛 선비의 관모 같기도 초롱 같기도 하다.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초롱은 솔바람이 가득 들어 팽창해 있다.


'도라지꽃 풀초롱꽃 홀로 폈네

솔바람이 도 잠자는 곳 산골짜기

예부터 졸졸 흘러온 흰 물 한줄기

한밤중엔 초록별 내려 몸 씻는 소리'


백번 들어도 아름다운 시다.

흔하게 여겼던 도라지 한 뿌리가, 실상은 초록별로 정갈해진 고귀한 선비의 한줄기 시였고 노래였던 것이다.

예전부터 우리 가곡을 즐겨 들었지만 자연을 벗하며 살다 보니 가곡은 정말 자연을 제대로 알고 노래한 아름다운 시요, 바람으로 이어진 선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꽃들이 들려주는 정겨운 추억과 영감은 일일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때 아니면 언제 만날 수 있겠는가?

어두운 밤길에 시 한수 읊으면서 작은 초롱 들고 어디론가 총총히 가는 소박한 아낙과 점잖은 관모 쓴 지아비 선비, 마당에서 흔들거리며 꽃봉오리를 이고 있는 도라지 가족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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