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8일 토요일
(장마 중이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
평소 알고 지내던, 교회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우리 마을에서 꽤 떨어진 사는 동네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다. 성품이 깔끔하고 단정해 신세 지기를 싫어하시는 분이신데 오라 하셔서 무슨 일 이 있나 염려되어 급히 갔다.
무슨 일 있으신가 염려되어 여쭈니 '밥 한 끼 해주고 싶어서' 부르셨다고 하셨다. 밥 해준고 오라 하면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불렀다고 하셨다.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고 내가 밥 짓겠노라 했더니 절대 아니라고 하신다.
당신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드실 정도로 연로하신 분이신데 왜 밥 한 끼 꼭 해주고 싶어 싶으셨는지... 아마도 작은 친절에 감사하셨던가 보다.
장화를 신으라 하시더니 소쿠리를 2개 들고 산 밑 밭으로 데려가신다. 서울가 계신다는 동생분이 심었다는 큰 블루베리 나무가 많이 있었다. 할머니는 블루베리를 따기 시작하시며 내게도 따라고 소쿠리를 주셨다.
할머니께 '제가 따겠다'라고 들어가시라 했다.
블루베리 나무는 크고 오래되어 한 그루에도 많이 달려 있었다. 익은 것과 덜 익은 것이 섞여 있었고 잘 익은 것은 새들이 쪼아 먹은 것도 많았다. 블루베리 따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블루베리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 시간 남짓되어 소쿠리 두 개가 어느 정도 채워졌다. 집안에 들어오니 그사이 할머니께서는 따뜻한 밥과 찌개를 해놓으셨다. 그것도 감자와 양배추까지 넣고 무거운 압력밥솥으로...
한 사발 가득 푸시고는 나에게 내미신다.
'너무 많다'라고 사양하자 '젊은 사람이 그것도 못 먹느냐'며 먹으라 강권하신다. 당신께서는 누룽지에 물 말아 드신다고 아무리 말려도 솥을 놓지 않으신다.
힘들게 준비하셨을 한 끼, 양배추 쌈과 감자밥을 감사히 먹었다.
식사 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는 블루베리를 한알이라도 더 들어가도록 흔들어서 정성껏 박스에 담으신다. 두상자를 꽉 채우고 조금 남은 것은 '금방 따서 싱싱하니 먹자 ~~'고 하신다.
양배추 한 통과 밭에서 딴 작은 복수박 한 통, 그리고 블루베리 두상자...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 주신다.
'너무 많아요 조금이면 돼요~~'
아무리 말씀드려도 막무가내다.
집에 돌아와 블루베리를 이웃과 나누고 냉동시킬 요량으로 소분했다. 한 알 한 알 담긴 블루베리는 찌뿌둥한 날씨에 따기는 힘들었어도 따닥따닥 사랑과 정으로 맺힌 열매, 할머니의 마음이 깃들여 있는 반짝이는 보석이었다.
밥 한 끼 해 주고 싶으셨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마음 깊숙이 메아리쳐온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언제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할머니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