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발레리나 배롱씨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2권 2화

by opera

2023년 8월 1일 화요일

(폭염에 갇혀버린 하루)


덥다. 덥다. 나가도 덥고 들어와도 덥다.

에어컨이 없었던 옛날에는 어떻게 지냈을까 싶다.

내리쬐는 햇볕에 초목들도 신음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관수해도 저녁이면 늘어져 있는 마당 아이들.

땡볕에는 물 주기 어렵다. 잎이 마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찌는 듯한 더위속에도 배롱꽃은 절정이다.

흰 배롱, 분홍 배롱과 봄에 사다 심은 붉은 배롱도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마당은 작은 공연장이다.

초록 무대에서 각색의 발레복을 입고 자유로운 연기를 하고 있는 무용수들로 가득 찬...

문득, 몇 해 전 여름 시카고 출장 때 잠시 들렀던 밀레니엄파크의 야외음악회가 떠오른다. 뜨거운 여름에도 자유와 음악을 향한 열정 나들이... 즐거웠던 추억을 곱씹어 본다.


~ 발레리나 배롱씨 ~


파란 하늘 지붕, 푸른 관객으로 둘러 쌓인 초록 무대

초목들은 삼삼오오 자리 잡고 준비된 공연을 즐긴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하얀 구름 파라솔아래,

연주자도 관객도 하나 되어

하루종일 완벽한 공연이 펼쳐진다.

보는 이들 모두를 위한 여름휴가시즌,

멀리 강가까지 울려 퍼지는

생상의 백조선율은 시카고 심포니가 부럽잖다.


하얀 발레복을 입은 무용수들은

초록 무대 끝까지 스트레칭 후

포지션을 취한다.

탕, 탕, 탕,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여주고 싶다'던 드가의

고개 숙인 무용수들도

당당하게 자유를 펼치는 작은 마당무대,

맘 아픈 사연일랑 멀리 던져버린

발그레 앳된 얼굴들은

아라베스크,

원하는 만큼 하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오늘에 이른다.

꽃잎을 흔들거리며 여린 무용수를 온몸으로 건사하며

붕붕거리는

발레리노는

이 가지 저 가지로

발롱, 발롱, 발롱,


초록 마당무대에서 햇살로 익어가며 숨죽여 보는 공연,

가둘 수 없는 꿈의 무대를 펼치는 무용수들,

모두가 발레리나다

모두가 발레리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