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다는 보도. 비 오면 너무 와서 걱정이고 더우면 너무 더워 난리다. 일기日氣는 중용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인류발전사의 기여도가 제일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삶이 고통스러운 역사를 통해 성장한 것처럼, 함께 살아온 지구 역시 성장(노쇠?) 해 왔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우제는 고대 역사와 함께 해왔고 일기를 주관하는 것은 제왕의 큰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믿어져 온 그 시절부터...
마당의 메리골드,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나는 메리골드 꽃을 좋아한다. 시골마당 지천으로 깔려 있는 꽃이고, 독특한 향을 풍기는 날카로운 옷에 흔한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메리골드는 어디 있어도 표가 난다. 쉽게 자라고 널리 퍼지며 무리 지어 살고 잘 뽑히기도 한다. 처음 마당을 가꾸기 시작할 때는 온 마당 주변이 메리골드로 덮였을 정도로 많았다. 정리해 가면서 많이 뽑아냈지만, 만두보자기에 들어앉은 씨앗은 널리 퍼져 곳곳으로 날리며 해마다 잊지 않고 다시 피어난다. 마당에 메리골드가 피기 시작하고 칠자화 하얀 꽃이 올라오면 가을이 온다는 소리다. 메리골드가 많이 있는 곳엔 뱀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독특한 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마을은 강주변이라 물뱀도 많다지만 아직 집 주변에선 뱀을 본 적이 없다. 메리골드 덕분인지도 모른다.
이태 전에는 호기심으로 메리골드를 말려 차도 만들어 보았는데,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인지 자세히 보니 눈에 띄기도 힘든 움직이는 것들이 더러 있어 놀랐다.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어디 있으랴. 꽃차를 만드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벌레 없는 것 같은 이런 허브에도 공생하는 것들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약을 주지 않으니 말이다. 시골생활하시는 분들은 다들 실감하실 것이다. 조금이라도 크게 농사짓는다면 약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이 자라는 곳에는 익충도 있지만 해충도 있고 해충은 익충보다 생존력도 더 강하다. 그리고 해마다 새로운 종류의 해충들도 눈에 띈다. 세상이 변해가는 것을 먼저 반영하는 곳이 어쩌면 자연인지도 모른다.
마당생활을 즐기면서 잘생기고 큰 열매나 채소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꼭 주인처럼 생긴 열매들에 만족하고 채소들도 조금씩이라도 자라주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직접 재배해서 먹으려면 못생기든지 다른 생물에게 양보한 부분, 시장에서 파는 상품에 비해 뭐라도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자라주는 것에 감사하고, 금방 거둬 요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투박해서 정겨운, 감사하는 삶으로 즐길 뿐이다.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개선해서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분들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