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날씨다. 너무 더워 마당 풀 뽑기도 힘들다. 여름날엔 이른 아침 아니면 마당에서 일할 생각은 언감생심이다.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새벽엔 약간은 촉촉한 땅과 기운에 군데군데 자리 잡은 풀을 뽑아낼 만하다만, 화들짝 햇살이 올라오면 그만두는 것이 낫다. 농사를 전업으로 한다면 그것마저 힘드니, 농사짓는 분들의 고충을 생각한다면 사 먹는 농작물이 귀하고 고맙지 않을 수 없다.
아랫집 지인이 '이열치열'이라고 들깨옹심이 먹으러 가자고 한다. 윗집 지인과 함께 좋다고 점심약속을 잡았다. 옹심이 칼국수는 동네에서 30여분 걸리는 제법 먼 곳에 있지만, 맛집으로 소문나 지역에선 유명한 식당이다. 진한 들깨국물에 감자를 갈아 만든 옹심이와 녹차칼국수가 살짝 들어간 맛있는 토종 음식이다. 도톰하게 잘 구워진 감자전 하나시키고 들깨옹심이와 함께 콩나물, 무장아찌, 살짝 신김치와먹으면 아주 맛있다.
작년 가을에 미국 사는 친구가 여러 해만에 나왔었다. 설악산에 있는 친구를 집으로 픽업해 오다, 그 식당에 들렀다. 친구는 너무 맛있게 먹고, 다음날 안동으로 여행하고 온 후에도 생각난다고 해, 이틀 저녁 연속으로 들깨옹심이 칼국수를 먹었다. 오랜만에 와서 맛있는 음식탐방도 많이 했지만, 이 음식이 제일 맛있었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돌아 간 후에도 자신의 소울푸드 같아 가끔씩 생각난다는 얘길 하곤 했다.
구수하고 진한 들깨 국물에 누구나 좋아하는 감자로 만든 옹심이, 어린 시절의 추억도 담긴 한국적인 맛이 아닐 수 없다.
가는 길의 풍광도 즐기면서 한적한 산밑의 소박한 식당에 들어서면 서투른 야외 정원도 잠시 즐길만하다. 음식이 맛있어서 찾기도 하지만 넓은 산밑에 돈 많이 들여 꾸미지 않은 것이 확실한, 소박하고 조금씩 다듬고가꿔지는 소탈한 정원이 부담 없어서다.
진흙담벼락엔 나무파렛트로 연결한 벽을 세워 여러 식물들을 키워가고 연못을 만들어 오리들도 놀고 있다.
요즘 맛집이나 특히 외곽의 유명 식당들은 멋진 조경과 풍광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오감을 충족시키지만 여기는 그저 넓은 마당에 투박한 자연 그대로의 여유가 느껴지는 평안함을 누릴 수 있는 곳일 뿐이다.
마당을 즐기게 하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넓은 정원 한편에서 개를 여러 마리 키우는데 다양한 '시고르자 브로'종이다. 특이한 점은 풀어놓고 키운다. 작년에 왔을 때도 대여섯 마리가 여기 저리 쉬고 있었다. 강아지도 있고 배부른 어미개도 있는데 여러 가족이다. 풀어놓고 키워도 달아나거나 짖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 자유를 누리고 살아 그런지 짖어대거나 방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들이 순하니 손님들도 좋아해 식사 전후, 마당에서 개들과 놀아 주기도 한다.
음식도 맛있지만, 이런 분위기도 좋아 가끔씩 찾는 곳이다.
오늘 와서 보니 아이들이 어디로 분양됐는지 다른 곳에 있는지, 세 녀석만 식당 앞에 돌로 만든 돌툇마루에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정겹고 평화로운지, 더운 날씨지만오가는 사람들이 웃으며 사진 찍느라고 바쁘다.
자유롭게 맘껏 뛰어다니고 즐길 수 있으니 사람들이 있던 없던 상관 않고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출신도 중요하지 않다. 고양이는 본성을 지키기 위해 먹는 것보다 자유를 택하지만, 이미 자유를 얻은 멍멍이들은 꾀죄죄한 외모로, 멋진 관객들의 관심도 상관없다는 듯 따끈한돌침대 위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어디쯤 일지도 모를 인생 정점에오르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에게 적절히 쉬어가라고 말이라도 하듯 "드르렁"거리면서...
뜨거운 들깨 칼국수를 시원하게 먹은 고마움이상으로 멍멍이 삼 남매(?)가 주는 여유에 평화로움까지 얻어 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