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아파트의 조경에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큰 나무들이다. 나무도 많거니와 종류도 다양하다.
그나마 이름 아는 나무 중에서 아카시아나무와 밤나무를 제외하곤 대부분 만난 것 같다.
소나무(키 큰 아이 외에도 여러 종류) 전나무 잣나무(섬잣나무) 은행나무 모과나무 감나무 벚나무 배롱나무 단풍나무(홍단풍 청단풍) 나무이름에 충실하지 못한 나의 정서로도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다양하게 심어져 있다. 그중 인상 깊었던 아이는 계수나무와 메타 세콰이어 나무다. 계수나무에선 달고나향이 난다는 얘길 들어 산책하며 계수나무 아래를 신경 써지나 본다. 신경 써 그런진 몰라도 달콤한 향이 바람사이로 은은하게 코를 자극했다.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노래가 생각나는 그런 계수나무는 아닌 듯한데... 그러고 보니 어릴 때도 계수나무를 본 적은 없는 듯하다. 속으로 흥얼거리며 '계수나무는 여기 있는데 달나라 토끼는 어찌 지내고 있을까' 노래하며 뛰어놀던 동무 생각을 잠시해 본다.
트랙을 천천히 돌다 보면 며칠새 추워진 아침공기가 여름 설익었던 풋풋한 향과는 달리, 천천히 스며드는 낙엽향이 막 마감을 준비하는 초목들과 어우러져 묵직한 풀냄새로 다가온다. 아마도 가라앉아있던 나뭇잎의 채취가 아침 안개에 버무려져 기지개 켜는 내음이리라. 같은 초목이라도 계절에 따라 모습도 다르지만 풍기는 향도 다르다. 어쩌면 찾아 음미하는 사람의 시간도 달라져서인지 모르겠다.
유독 반가웠던 것은 메타쉐콰이어 나무였다. 메타 쉐콰이어는 낙우송과의 나무 중 유일하게 생존하고 있는 종으로 수삼나무, 메타쉐과이아라고도 불린다. 세계에서 제일 큰 수종인 쉐콰이어나무는 수령이 오래기로 유명하며 오래된 나이만큼 모습도 장엄하고 멋있다. 긴 세월 동안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소멸되지 않고 그 모습을 유지하고 종족을 번식해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살아있는 화석이고도 불린다.
나무마다 각각의 개성이 있다. 홀로 있어도 멋있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소나무라면 혼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건 메타쉐콰이어 아닐까. 메타쉐콰이어나무를 말할 때 주로 **메타쉐콰이어 숲길,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등 한그루만 있어도 이미 장대하지만 여러 그루 있어야 더 아름답고 제 가치를 돋보이는 것이 메타쉐콰이어 나무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담양의 메타쉐콰이어숲을 필두로 여러 군데 유명한 숲길이 있고 서울 하늘공원의 메타쉐콰이어 숲길도 유명하다. 장대한 나무숲아래 자연의 품 안에서 산책을 하게 되면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된다. 혼자 걸어도 둘이 걸어도 여럿이 걸어도 나무숲이 품어주는 평안함을 느끼고 걷게 되면서 겸손함과 공감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아파트 6층보다 키가 더 큰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곳곳에 심겨 있는, 걷는 이만이 아니라 아파트건물들도 반기고 아끼는 메타쉐콰이어 숲이다. 비록 긴 가로수길은 아니지만 적당한 조경으로 형성되어 아름다운 길을 펼쳐주는 아파트 메타쉐콰이어 숲길이 참 고맙다.
굳이 올려보지 않는다면 이곳이 아파트단지인지 잠시 잊을 정도의 메타쉐콰이어 나무 숲 덕분에 자칫 차갑고 단절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아파트군락이 푸른 숲으로 다가온다.
메타쉐콰이어처럼 나이 들어도 제 모습을 잊지 않고 당당하게 하늘로 올라가며 푸르른 날개를 사방으로 펼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이고 싶은 아침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