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늘 아침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2권 18화

by opera


도시 아파트의 이른 아침 산책길도 자연의 생명이 열어가는 시골 아침과 다르지 않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화답하는 초목들의 조용한 공명으로 시작하는 시골에선 보기 힘들, 사람들로 조금은 소란스럽게 부지런한 아침을 느낄 수 있어 나름대로 좋다.

이른 식사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달려가는 사람들, 어찌 펼쳐질지도 모를 하루를 위해 총총걸음으로 움직이는 직장인들 사이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아쉬운 듯 뒤돌아 보는 부모의 뒷모습이 포개진다.

또래또래 조잘거리며 정답게 학교를 향해가는 미래의 꿈나무들, 아이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너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낯선 모습이 없는 아침은 온몸으로 열정을 공급하는 동맥과도 같다.


아파트를 한 바퀴 돈 후 트랙을 몇 바퀴 더 돌고 갓 구워낸 식빵과 커피 한잔을 사기 위해 상가로 향했다.

주문하는 즉시 원두를 넣어 직접 갈아주는 커피, 부드럽게 아침을 깨우는 부드럽고 진한 커피 향(커피 향은 몇 가지 표현으로 묘사하기 힘든 다양한 느낌이 함축된 향이라...) 언제 맡아도 좋지만, 아침에 맡는 커피 향은 더 좋다. 시나몬을 살짝 뿌린 부드러운 거품이 가득한 까페오레를 주문했다.

커피를 들고 옆 베이커리에 들러 아직 따뜻한 식빵과 에그타르트를 두 개 사서 나온다.


잠시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본다. 열린 하루를 반갑게 맞이하며 같지만 또 다르게 펼쳐질 하루를 기대하는 사람들 속에 오늘의 나도 잠시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수도자가 된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김 현승 님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