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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이 있는 일상 테라스
감에게 바치는 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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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ra
Nov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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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묻지 않아도
홍조 띤 얼굴
세월을 뚫고 찾아온
절절하기에 더 또렷한 연상들
.
..
하나하나 주워 담으며
이제는
몇 해인지
상관 않는다.
어머니
,
외할머니
,
그위로 할머니,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감은
구부러진 몸만큼.
가을에야 만나는 맛있는 아이만은 아니다.
바로 먹을 수 없었기에
밤낮 공들여 손에 쥐여준
늦여름 떫은 감은
사랑으로 삭힌
주전 버리였고,
가지가 휘도록
묵직하게 열렸던 대봉은
하얀 눈 내리는 밤, 화롯가에 둘러앉은
아이와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끈끈하게 이어준 이야기였다.
치사랑,
생각만으로도 먹먹한 가슴
한입 베물면
눈물인양
촉촉하게 스며드는 홍시는
속 깊은 커피처럼 다정하게
깊은숨을 내려준다
.
"감은 다 따는 게 아닌기라"
메마르고 이기적인 세상살이에
채우기보단 나누며 살아야 함을
아이에게 보여주시던
할머니의 감나무.
감은
내리사랑이며
나눔 사랑이다.
지난해도 올해도 그렇듯이
돌아오는 해도
아직은
세상이
사랑으로 훈훈하다는 것을
새들까지도
알게 하
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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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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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며 흙에서 배워가는 자연 속 일상의 다양함과 여행으로 얻는 인문기행기를 쓰고 그리며, 순간의 이어짐을 소중히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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