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Nov 07. 2023

감에게 바치는 헌시


나이를 묻지 않아도

홍조 띤 얼굴

세월을 뚫고 찾아온 

절절하기에 더 또렷한 연상들...

하나하나 주워 담으며

이제는 몇 해인지 상관 않는다.


어머니,

외할머니,

그위로 할머니,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감은

구부러진 몸만큼.

가을에야 만나는 맛있는 아이만은 아니다.


바로 먹을 수 없었기에

밤낮 공들여 손에 쥐여준

늦여름 떫은 감은

사랑으로 삭힌 주전 버리였고,


가지가 휘도록

묵직하게 열렸던 대봉은

하얀 눈 내리는 밤, 화롯가에 둘러앉은

아이와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끈끈하게 이어준 이야기였다.


치사랑,

생각만으로도 먹먹한 가슴

한입 베물면

눈물인양

촉촉하게 스며드는 홍시는

속 깊은 커피처럼 다정하게

깊은숨을 내려준다.


"감은 다 따는 게 아닌기라"

메마르고 이기적인 세상살이에

채우기보단 나누며 살아야 함을

아이에게 보여주시던

할머니의 감나무.


감은

내리사랑이며

나눔 사랑이다.

지난해도 올해도 그렇듯이

돌아오는 해도

아직은

세상이

사랑으로 훈훈하다는 것을

새들까지도 알게 하...


매거진의 이전글 은촛대와 계수나무 이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