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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에게 바치는 헌시

by opera


나이를 묻지 않아도

홍조 띤 얼굴

세월을 뚫고 찾아온

절절하기에 더 또렷한 연상들...

하나하나 주워 담으며

이제는 몇 해인지 상관 않는다.


어머니,

외할머니,

그위로 할머니,

내리사랑으로 이어진 감은

구부러진 몸만큼.

가을에야 만나는 맛있는 아이만은 아니다.


바로 먹을 수 없었기에

밤낮 공들여 손에 쥐여준

늦여름 떫은 감은

사랑으로 삭힌 주전 버리였고,


가지가 휘도록

묵직하게 열렸던 대봉은

하얀 눈 내리는 밤, 화롯가에 둘러앉은

아이와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끈끈하게 이어준 이야기였다.


치사랑,

생각만으로도 먹먹한 가슴

한입 베물면

눈물인양

촉촉하게 스며드는 홍시는

속 깊은 커피처럼 다정하게

깊은숨을 내려준다.


"감은 다 따는 게 아닌기라"

메마르고 이기적인 세상살이에

채우기보단 나누며 살아야 함을

아이에게 보여주시던

할머니의 감나무.


감은

내리사랑이며

나눔 사랑이다.

지난해도 올해도 그렇듯이

돌아오는 해도

아직은

세상이

사랑으로 훈훈하다는 것을

새들까지도 알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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