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앞서는 장미

by opera


해마다 겨울이면 짚으로 엮은 옷을 둘러주며

내년 봄에 다시 만날 갈망도 함께 입힌다.

인정받지 못하는 설움에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봄 인사를 하던 장미를

아둔한 나는 그새 잊었던가.

아니,

잊은 건 아니었다.

겪어보지 않은 올해의 혹독한 추위는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지 몰라

사랑핑계를 댄

나약한 인간이 염려를 반복하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가 파놓은 골로 깊이깊이 들어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갈망하다,

마침내는 모든 것을 얼려 사라지게 하고픈

동면 속의 반시 앞에서라도

장미는,

얼어붙은 잎과 가시로 뒤덮인 몸뚱이로도

봄에 피우고야 말 향기로운 의지를 다잡고

언 대지 속에 발꿈치를 단단히 디디고 서있다.

사랑의 짚갑옷만으로도 오히려 충분하다는 듯

붉게 멍든 몸으로 당당히 마주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