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안녕하게! 로즈메리와 라벤더

by opera


마당아이들에게 겨울 옷(보온재)을 입혔지만 추운 날이면 다시 살펴보게 된다. 보온재를 입혔어도 비가 오면 젖고 해가 뜨면 마르기를 반복하며 눈이 오면 눈옷을 껴입기도 한다.

어찌 보면 큰 보온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살을 에는 찬바람이 온 마당에 휘몰어 칠 때, 벗은 몸뚱이 하나로 견디지 않도록 꼭 붙어 감싸주고 있는 좋은 친구의 역할로만도 보온재는 충분하다.


겨울이면 앞마당엔 미니 온실도 들어선다.

몇 년째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로즈메리를 위한 온실이다. 올해는 로즈메리가 훌쩍 커서 온실 씌우기 힘들 정도라 얼마 전 과감하게 전정했다.

쳐낸 가지도 꽤 많아 나중 불멍을 위해 따로 모아두었다. 로즈메리는 땅에서는 잘 자라지만 화분에서 키우기는 참 힘들다. 몇 년 전에 50cm 넘는 외목대 로즈메리 두 분을 돈을 제법 주고 샀는데 가을까지 잘 자라던 멋진 아이가 갑자기 죽어버렸다.

로즈메리를 키워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독특한 향이 좋아 선택을 잘 받지만 의외로 키우기가 힘든 아이가 로즈메리다. 화분에 있던 두 그루 중 멋진 아이가 죽어 다른 아이는 땅에 심었다. 의외로 잘 자라 몇 번 겨울을 이겨내고 올해도 푸르고 향기롭게 멋진 자태를 뽐내는 아이다. 겨울이면 짚으로 옷을 충분히 입히고 미니온실로 덮어 아침에는 환기를 시켜주고 저녁이면 닫아 보온을 잘했더니 혹독한 겨울 추위도 이겨내고 고압게도 잘 자라주고 있다.


로즈메리는 확실한 나무다. 해가 갈수록 목대가 굵어지고 가지도 뻗어간다. 무성한 가지에는 초록 비늘 잎들이 펄덕이며 유영하고 있다. 얘기 건네며 한 번씩 가지를 툭툭 건드려 주면 어떤 향으로도 대치 못 할 독특한 힘으로 머릿속까지 맑게 씻어 준다.

꽃도 핀다지만 우리 집 로즈메리는 아직 꽃 핀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이도 꽤 들었는데 왜 꽃은 안 피울까? 내년에는 꽃도 필 수 있도록 알아봐야겠다.

지금도 목대도 잎도 예뻐서 부족한 것이 없는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가 되는진 모르겠다만...


올해는 라벤더도 제대로 키우고 싶어 몇 그루를 샀다. 아주 작은 아이들이 잎도 비실해서 잘 자랄지 염려했지만 여름, 가을 잎도 무성하고 꽃도 잘 피고 아주 튼실하게 잘 자라주었다.

작은 라벤더 옆에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 끝으로 잎을 살짝 훑어주면 라벤더만의 향기가 은은하게 마음 깊은 곳까지 맑게 해 주고 바람이 불면 로즈메리와 더불어 어느 먼 하늘아래 여행 중인 나를 상상하는 기쁨까지 안겨주었다.

로즈메리와 라벤더 같은 허브류는 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지만 추위에도 강하다는 얘기도 많아 로즈메리를 월동시킨 경험으로 라벤더도 월동시켜 보기로 했다. 정원 한쪽에 펼쳐진 누운 라벤더들은 짚이불 덮어준 후 비닐재로 덮어 주었다. 초겨울까지 잘 자라준 외목대 라벤더는 로즈메리처럼 짚옷을 입히고 미니온실을 씌워 주었다.


햇살 좋은 앞마당에 사이좋은 미니온실 두 개가 자리 잡고 앉았다!


허브 중에서도 로즈메리나 라벤더는 더 사랑받는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일까? 비교할 수 없는 향기도 일조했을 것이다. 허브 향기는 심신을 평안히 해주며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는 등 기능성 효능으로도 인정받고 있는데 그중 로즈메리와 라벤더 향기는 으뜸이 아닐까 싶다.

독특한 건강 향기 외에 개인적인 생각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향기는 코로로 맡지만 마음으로 머릿속으로 각인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래 기억되는 추억의 동반자 같다고나 할까?

물론 좋은 기억으로 말이다.

보는 것의 추억이 오래갈 것 같지만, 사실 향기의 추억도 오래간다. 어릴 적 맡았던 젖내음, 엄마가 끓여주던 구수하고 맛있었던 된장찌개를 추상화가 아닌 정물화로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이 향기다. 이른 아침 갓 볶은 원두를 갈아 내린 부드럽고 진한 커피 한 모금에 언젠가의 추억을 고스란히 살려 낼 수 있는 것도 다정한 향이 주는 선물이다.


로즈메리와 라벤더는 그런 추억을 떠 올리게 한다.

활짝 핀 라벤더 꽃향기가 정원에서 비람에 흔들리며 나를 찾아올 때면 마음 한 구석의 프로방스, 남 프랑스가 떠오른다. 세잔이 평생을 매달렸던 생트빅투와르 산, 희망을 가지고 찾아간 고호의 열정을 불태웠던 아를의 어느 모퉁이들, 세월이 흘러도 평생의 꿈을 찾아 유랑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두가 라벤더가 있었기에 떠나기 아쉬운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나만의 생각으로 투영된다.


이제부터 시작될 매서운 추위를 겪어야 할 로즈메리와 라벤더! 어깨동무하며 다정하게 이겨내길 기대해 본다. 찾아 올 새 해에도 초록의 꿈과 맑은 향으로 내 마음을, 소박한 정원을 가득 채워갈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