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기와 하나 된 고양이

by opera


빠진 커다란 토기가

정원 한편에 오브제로 앉아 있다

한 때는

도드라진 자태와 정감 가는 옷 입어

여기저기서 사랑받으며 살다,

어쩌다 깨어진 몸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비가 와도 물 담지 못하고

채워질 수 없는 속만 깊어

꽃들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했다.


휑한 가슴에 초록 이끼만

끼고 사나 했는데,

어느 날

삼색이가 옹기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토기는 삼색이의 숲 속 아지트였다.

집고양이 된 삼색이는

들일 곳 없이 팽개쳐진 외로운 영혼에게

들락거리며 생기를 불어준 고마운 친구였다.


쓸모없는 것도 쓸모 있어 보이는 것도

모두가

쓸데 있는 곳이 정원이다.

어느 것도 사랑받지 않는 것이 없으며

혼자인 것은 없는 곳이 정원이다.


오늘처럼 첫눈 내리는

겨울여정 시작길에서도

우리 집 정원은

생물도 무생물도 내리는 눈까지도

어우러지고 버무려저

하나뿐인 맛있는 자연이 된다.